누적 수출량 370만정 미국산 총기
태국 총기난사·멕시코서는 소송도
트럼프 규제 완화, 바이든도 손 놔
#. 지난해 10월 태국 농부아람푸주(州)의 어린이집에 침입한 전직 경찰관의 총기 난사로 38명이 희생됐다. 그는 귀가해 아내와 자녀에게도 총을 쏜 후 자살했다. 태국 역사상 최악의 총기 사건의 범행 도구는 미국의 총기업체 시그 사우어의 반자동 권총. 올해 4월 태국 방콕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한 태국 사관학교 생도 역시 미국산 권총을 사용했다.
지난해 미국에서 최소 4만8,830명을 숨지게 한 미국산 총기가 미국 바깥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세계 곳곳의 총기 사건에 미국이 수출한 총기가 상당수 쓰이면서다. 미국에선 약 4억 개의 총기가 이미 유통 중일 정도로 시장이 포화 상태다. ‘레드오션’인 미국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 총기 업체들이 세계인의 목숨을 위협한다고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 반자동 소총의 수출 누적량은 370만 정에 달한다. 해외 범죄 현장에서 회수된 총기의 11%가 미국으로부터 합법적으로 수출된 총기였다는 미국 주류·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의 조사 결과도 있다. 북미 이외의 지역에서 이 수치는 37%로 훌쩍 뛴다. 더구나 미국산 총기 수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태국부터 캐나다·멕시코까지 ‘골치’
미국산 총기 수입 1위 국가인 태국의 상황은 심각하다. 태국의 총기 관련 범죄 건수는 2016년 3만4,043건에서 2021년 4만8,509건으로 급증했다. 정부와 시그사 간 약 1억 달러(1,280억 원) 규모의 계약으로 2017년부터 총기가 태국으로 밀려 들어간 결과다. 태국은 경찰과 공무원이 소총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정책이 ‘암시장’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다. 지난해 고위 공무원이 총기 약 2,000개를 범죄조직과 국제 무기 밀매업자에게 되팔다 적발되기도 했다.
미국과 국경을 맞댄 캐나다와 멕시코는 총기 밀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 캐나다 토론토 경찰은 올해 4월 미국산 불법 총기 반입에 연루된 442명을 체포했다. 멕시코 외무부는 2021년 미국의 총기업체를 상대로 불법 총기 밀매로 인한 각종 범죄와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묻는 100억 달러(약 13조 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소송은 지난해 법원에서 기각됐지만, 멕시코는 24일 항소 의사를 밝히며 “미국 총기업체는 총기에 의한 멕시코인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총기 수출 밀어준 트럼프, 바이든도 모르쇠?
블룸버그는 “많은 수입국에서 총기 범죄율이 증가하는 와중에도 미국 상무부는 총기 산업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다”고 꼬집었다. 2020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정부는 소총 등의 수출 규정을 완화하면서 상업용 무기의 해외 판매에 대한 감독권을 국무부에서 상무부로 넘겼다. 상무부는 총기업체를 해외 구매자와 연결해 주는 등 적극적인 수출 주선에 나섰고, 이듬해 수출량은 전년에 비해 2배가량 늘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감독권을 국무부로 옮겨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총기 규제에 반대하는 이익집단인 전미총기협회 등의 영향력이 막강해 정부와 의회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호아킨 카스트로 민주당 하원의원은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와 동일한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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