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사 졸업 후 미국·영국서 석·박사
스위스 유학파 김정은, 북한 더 고립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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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23일 프놈펜의 한 투표에서 투표를 마친 뒤 지지자들에게 손가락을 들어 보이고 있다. 프놈펜=AFP 연합뉴스
캄보디아에서 권력 세습 작업이 본격화하면서 훈센(70) 총리의 장남 훈마넷(45)이 아버지와 다른 노선을 걸어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훈센 총리는 38년 철권통치를 이어왔다. "미국 유학파 출신인 훈마넷이 서방의 민주주의 씨앗을 캄보디아 땅에 뿌릴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과 "북한 사례에서 보듯 세습된 독재 권력은 스스로 혁신하지 않는다"는 회의론이 엇갈린다.
‘온화한 합리주의자’ 미국 손잡을까
24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권력의 중심이 훈센에서 훈마넷으로 기울면서 캄보디아에 변화의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훈센 총리는 최근 아들로 권력을 넘겨줄 가능성을 언급했고, 훈마넷을 앞세운 집권여당 캄보디아인민당(CPP)은 전날 총선에서 의석을 싹쓸이했다. 훈마넷 지지자들이 수도 프놈펜을 가득 메우면서 “(총선은) 선거라기보다는 대관식에 가까웠다"(BBC방송)는 표현까지 나왔다.
훈마넷에게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그가 10대 후반부터 서구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21세인 1999년 캄보디아인 최초로 미국 육사인 웨스트포인트를 졸업했고, 이후 미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영국 브리스톨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땄다.
훈마넷은 '스트롱맨'으로 불리는 아버지와 달리 차분하고 온화한 성품을 지닌 합리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2003년 훈센 총리 전기 작가들에게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기회, 다양성에 대한 관용을 기반으로 하는 미국 문화를 높이 평가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훈마넷이 집권하면 친중국·반미국 노선을 펼치는 캄보디아가 친미로 돌아서거나, 적어도 서방 국가와 관계 개선에 나설 여지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캄보디아 싱크탱크인 퓨처 포럼의 오우 뷔리억 대표는 AP에 “내각까지 세대교체가 이뤄지면 (서구와의) 밀월이 시작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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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센 캄보디아 총리의 장남 훈마넷이 1999년 캄보디아인 최초로 미국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차이나 머니 등돌리기 쉽지 않아”
반론도 적지 않다. 노선 변화가 자칫 독재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훈마넷이 모험을 하긴 어렵다는 것이다. 존 브래포드 싱가포르 라자라트남 국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독재자(김정은)도 스위스에서 학교를 다녔지만 (민주주의 등) 스위스의 가치는 북한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카싯 피롬야 전 태국 외무장관은 로이터통신에 “훈마넷은 민주주의와 인권에 노출됐지만 아주 독재적인 국가에서 자랐다”며 “스스로 캄보디아를 자유화한다면 가문의 종말을 뜻할 텐데 왜 스스로 그런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훈마넷의 개인적 소신이 친미라고 해도 운신의 폭은 좁다. 중국에 대한 캄보디아의 경제 의존도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그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현지 언론 프놈펜포스트에 따르면 훈센은 아들이 자신과 다른 행보를 걷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분열은 평화를 어지럽히고 기성세대 업적을 망치는 것”이라며 “아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내가 총리로서의 역할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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