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활동으로 유실 증가·원정 유기 기승
제주도, 인구 1만 명당 유기동물 수 1위
"단속, 책임 의식에 더해 정책 지원 강화"

제주동물보호센터에서 보호 중인 유기견들. 제주도는 인구 1만 명당 동물 유기가 71.1건으로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많다. 제주도 제공
올해도 여름 휴가철이 되면서 유기ㆍ유실된 반려동물 수가 급증하고 있다. 사람과 동물 모두 야외활동이 잦아진 영향이 크지만, 돌봄 부담에 반려동물을 휴가지에 버리거나 부주의로 잃어버린 뒤 찾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 유기ㆍ유실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상반기 유기동물 전국 5만 마리
24일 서울시와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5만4,598마리로 집계됐다. 1월 7,457마리에서 3월 8,211마리로 늘었고, 6월엔 1만1,225마리로 치솟았다. 유기동물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인 서울시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1, 2월 240마리 수준에서 4월 432마리, 6월 612마리로, 5개월 사이 2.5배 폭증했다. 서울의 올 상반기 전체 유기동물 수는 2,433마리에 달한다. 동물단체들이 “시즌이 왔다”고 표현할 정도로 5~8월에 유기동물이 급증하는 현상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유기와 유실을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다만 동물단체들은 동물 발견 장소가 주로 주택가나 공원인 점에 비춰 단순 유실이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산책, 나들이, 여행 도중 목줄이 풀려 잃어버리거나, 집에서 열어 놓은 문틈으로 반려동물이 튀어 나가는 등 계절적 요인에 관리 소홀이 겹쳐 돌발상황이 더 자주 발생한다는 것이다. 야외활동이 늘어난 만큼 유기동물이 사람 눈에 띌 확률이 높아진 탓이란 해석도 있다.
하지만 고의적 유기도 적지 않아 보인다. 제주를 비롯해 울산, 강원 등 수도권과 멀리 떨어진 지역일수록 상대적으로 동물 유기 건수가 많다는 점이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지난해 인구 수 대비 유기동물이 가장 많은 곳은 제주도로, 인구 1만 명당 71.1건(동물자유연대 집계)이었다. 전국 평균(21.8건)의 3배를 넘고, 서울(5건)보다 14배 많다. 상당수가 타지에서 제주도로 휴가 온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경우일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26.6건), 강원(36.3건), 충북(26.4건), 전남(51.2건), 경남(37.5건) 등은 전국 평균을 웃돌 뿐 아니라 동물 유기 건수가 전년(2021년)에 비해 늘어난 지역이다. 동물자유연대는 “동물 유기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감시의 눈길이 느슨한 비도시지역에 버리는 원정 유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동물보호단체 관계자들이 5월 30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신종펫숍 사기 및 동물보호법 위반 고발 기자회견에서 보호소를 사칭한 신종펫숍의 참혹한 실체를 알리고 있다. 최근 신종펫숍에서 100여 마리 동물을 살해 후 암매장한 사건이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뉴스1
주인 찾는 반려동물 10마리 중 1마리꼴
주인을 잃은 동물이 집으로 돌아갈 확률은 극히 희박하다. 올 6월까지 주인을 찾은 유기동물은 전국적으로 12.2%(6,708마리)에 불과하다. 새로운 가족에게 입양되거나(24.9%ㆍ1만3,583마리) 구조센터에서 보호(17.4%ㆍ9,493마리) 중이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네 마리 중 한 마리꼴(24.4%ㆍ1만3,337마리)로 폐사하는 실정이다. 유기ㆍ유실 동물은 동물보호 관리시스템에 입양 공고를 낸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안락사하는 게 원칙이라 이렇게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16.4%ㆍ8,965마리)도 적잖다. 올 상반기에만 매달 1만5,000마리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동물단체들은 반환율이 낮은 이유로 ①반려동물 돌봄ㆍ치료 비용 부담 ②펫숍ㆍ지인을 통한 재입양의 간편함 등을 꼽는다. 반려동물을 버렸다가 형편이 나아지면 손쉽게 다시 입양할 수 있는 환경이 유기를 부추기는 원인 중 하나란 것이다.
단속이 쉽지 않은 것도 또 다른 요인으로 거론된다. 2021년 법 개정으로 반려동물을 유기하면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행정 처분인 기존 과태료보다 강화됐지만 유기 행위를 눈앞에서 목격하지 않는 이상 사후 적발은 어렵다. 최미금 발라당입양센터 대표는 “도시에선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가 거의 없어서 의지만 있다면 반려인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단속이 이뤄져야 유기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구조만 되면 주인을 찾을 수 있도록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몰라 포기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다. 동물단체 관계자는 “유기동물은 지자체가 운영하는 동물보호센터에서 관리하고,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도 사진, 특징, 발견 장소가 등록된다“며 “혹시 잃어버렸다면 지자체 등에 적극 도움을 요청해달라”고 당부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펫위탁소에서 반려견들이 돌봄을 받고 있다. 서울시 제공
지자체, 유실·유기 예방 정책 초점
지자체들은 반려동물 유실ㆍ유기 예방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서울시는 4만~8만 원이 드는 내장형 등물등록을 1만 원에 할 수 있도록 비용을 지원하고, 저소득층의 반려동물을 최대 20일간 무료로 돌봐주는 펫위탁소를 운영 중이다. 서초구도 휴가철 반려견 돌봄 쉼터, 1인 가구를 위한 전문돌봄업체 서비스를 내놔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시가 직영하는 유기동물 구조단과 응급치료센터도 24시간 연중무휴 출동한다.
서울시는 또 올해부터 유기동물 입양을 장려하기 위해 유기동물 입양 시 동물안심보험 가입(무료 1년)을 지원하기로 했다. 임성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사무국장은 “입양 문화 확산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반환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반려인의 책임 의식과 공공의 지원이 함께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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