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올해 여름 65만 명 파업 예고
코로나19 등으로 노동운동 ‘활기’
고물가 영국, 의사들도 파업 나서
“미국이 ‘파업의 여름’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의 기사 제목이다. 65만 명 이상의 미국 노동자들이 올여름에 이미 파업했거나, 이를 예고하고 나선 상황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미국만의 일은 아니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지속하는 유럽 전역에서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이 한창이다. 국적과 직업은 각기 다를지라도 파업에 나선 노동자의 요구는 하나다. “기업의 이익을 나누자”는 것. 노동자에게 가는 몫이 사용자와 비교해 지나치게 적다는 게 공통의 문제의식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할리우드 작가조합(WGA)에 이어 배우·방송인 노동조합(배우조합) 소속 약 17만 명이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더해 미국 최대 배송업체인 UPS 노조와 전미자동차노조(UAW)가 미국의 3대 자동차 제조사(포드·GM·스텔란티스)의 노사 협상을 앞두고 파업을 경고하고 있다. 두 노조는 인원만 각각 35만 명과 15만 명에 달하는 만큼, 파업 여파도 어느 때보다 클 전망이다.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의 노동사학자 넬슨 릭턴스타인은 “1970년대 이후 가장 거대한 파업의 순간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가 불붙인 미국의 ‘신노동운동’
1950년대 이후 노동운동이 쇠락기에 접어든 미국에서는 코로나19가 위기이자 기회가 됐다. 과거 26%에 달했던 미국 민간 부문 노조 조직률은 오늘날 6%로 수직 하락했다. 노동운동은 ‘구시대의 유물’로 취급됐다. 그러나 팬데믹으로 일자리를 잃거나 부당 대우를 받게 된 노동자들이 노조 문을 두드렸고,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아마존, 애플 등에서 매장 단위 노조가 급증하는 신(新)노동운동 열풍이 불었다.
특히 재난 상황에서 ‘필수 노동자’로 일하며 기업에 안겨 준 이익이 정작 노동자에게는 분배되지 않았다는 불만이 크다. UPS의 경우, 지난해 코로나19로 온라인 배송이 늘면서 지난해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러나 노조는 사측의 임금 인상안이 생활비 상승분조차 감당하지 못할 수준이라고 반발한다. UPS 직원 닉 마라포드는 “만약 내 업무가 그토록 ‘필수적’이라면 그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실업률이 5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는 등 미국 고용 시장의 활황도 노동자에게 힘을 싣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8월 갤럽 조사에서 노조를 지지하는 미국인의 비율은 71%에 달했다. 2010년만 해도 해당 수치는 48%에 그쳤다.
고물가에 유럽도 파업 ‘한창’
유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유럽 전역은 지금 파업의 중심지”나 다름없다. 높은 물가상승률로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자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뜨겁다. 치솟는 인플레이션에 비해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라는 불만이다. 특히 휴가 성수기인 여름철에 이탈리아와 스페인, 독일 등에선 항공·철도 파업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주요 7개국(G7) 중 물가상승률이 가장 높은 영국에서는 의사처럼 그간 파업과 거리가 멀었던 직종마저 동참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의료진에 6%의 임금 인상을 제안했는데, 올해 3월까지 10%를 유지했던 영국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까닭에 반발을 샀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의학협회(BMA)의 비샬 샤르마는 “회원들은 수년간 인플레이션 이하의 급여 인상으로 화가 났다”고 말했다.
영국에서는 이달 13~18일 주니어 의사들이 역사상 최장 기간 파업을 한 데 이어, 20~22일엔 시니어 의사들도 메스를 놨다. 임금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8월에도 두 차례 추가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미국 매체 복스는 “유럽과 영국의 인플레이션이 대륙 전체에 노동운동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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