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신고 즉시 대항력 상실
집주인 빚보다 후순위로 밀려
등본 떼 집주인 빚 확인도 필수
전세계약 갱신 과정에서 최근 시세가 내려간 만큼 차액을 돌려달라(감액 갱신)는 세입자가 많다. 이때 대출을 받아주겠다며 세입자에게 잠깐 전출신고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집주인이 있는데, 세입자는 일단 거절하는 편이 낫다.
최근 한국일보 부동산팀엔 비슷한 제보가 여러 건 들어왔다. 세입자 A씨는 전세계약 만료 3개월 전 집주인에게 전세보증금 6억 원 중 1억5,000만 원을 돌려주면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알렸다. 집주인은 '전세금 반환 협의안'이란 문서 한 통을 보냈다.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돈을 내줄 테니 대출이 가능하도록 잠깐 전출신고를 한 뒤 대출이 마무리되면 다시 전입신고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거절했다.
A씨가 집주인 제안을 받아들이면 어떻게 될까. 당장 해당 아파트에 대한 A씨의 법적 권리(대항력)는 집주인이 진 빚보다 후순위로 밀린다. 시세가 8억 원인 A씨 집엔 이미 1억6,500만 원의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 여기에 전세도 6억 원이 잡힌 상황이라 세입자가 전출하지 않으면 추가 대출이 사실상 어렵다. 세입자가 잠시 전출신고를 하고 추가 대출을 받으면 서류상 근저당은 3억1,5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후 집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나머지 전세금 4억5,000만 원을 온전히 지킬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세입자 입장에서 대항력이 뒤로 밀리고 이후 전세자금 대출에도 영향을 미치는 집주인의 전출신고 요구는 거절하는 게 낫다"며 "세입자가 집주인의 전출신고 요구를 들어줄 의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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