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시대 미중 수교 산파 키신저 만나
바이든에 '키신저 말 들어라' 우회 메시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수교의 산파'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키신저 전 장관의 존재감을 한껏 띄웠다. 미국 외교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공존'을 주장해왔다. 그의 조언을 참고해 중국에 대한 거친 압박을 중단하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20일 관영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시 주석과 키신저 전 장관은 이날 베이징 댜오위타이 국빈관에서 회동했다. 시 주석은 "우리는 라오펑유(朋友ㆍ오랜 친구)를 절대 잊지 않는다"며 키신저 전 장관에게 인사했다. 이어 "키신저 전 장관은 얼마 전 100세 생일을 지냈고 중국을 100번 이상 방문했다"며 "이 두 개의 '100'이 합쳐져 이번 방중은 더욱 특별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중·미 양국은 중대 전환점에 있었던 52년 전에 올바른 선택(수교)을 통해 관계 정상화를 열었다"며 "키신저 전 장관의 역사적 공헌을 잊지 않을 것"이라고 시 주석은 강조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우리 두 나라 사이의 관계는 세계 평화와 인류 사회의 진보와 관계가 있다"며 "중국을 방문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냉전 시기 외교관으로 활약한 키신저 전 장관은 1970년대 미중 핑퐁외교를 통해 1979년 미중 수교를 이룬 주역이다. 미중관계가 악화된 최근 들어서도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미중이 전쟁하면 승자는 없다"고 말하는 등 대(對)중국 유화 기조를 유지했다. 18일 미국의 제재 대상인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을 만난 자리에서도 키신저 전 장관은 "미중 가운데 어느 한쪽도 상대방을 적수로 삼는다면 대가를 감당할 수 없다"며 갈등 국면의 반전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 주석과 키신저 전 장관의 회동은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시 주석은 첫 미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있던 2015년 3월에도 키신저 전 장관을 만나 "중·미가 대립을 지양하고 신형 대국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만남에서도 바이든 행정부가 강경한 중국 정책을 이완해야 한다는 중국의 의중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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