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내년 시행 목표 진료체계 구축안 발표
전국 소아암 전문의는 69명, 지방은 26명뿐
환자들 거주지서 치료받고 전문의 이탈 않게
# 지난 1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원한 신모(4)군. 신군 부모는 병원에 소아혈액종양 전문의가 2명뿐이란 걸 알고 아이가 제때 치료를 못 받을까 봐 불안해졌다. 소아과 의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터라 병원도 당장 충원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 결국 신군은 5월 소아암 전문의가 많은 서울 소재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정부가 소아암 환자와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거주 지역에서 치료받을 수 있는 '소아암 진료 체계'를 구축한다. 소아암은 고난도 중증질환으로 전문의가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지방 거주 환자와 부모 상당수가 서울로 장거리 원정 치료를 반복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른바 '의료 난민'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진단부터 치료, 사후관리까지 거주지 인근에서 해결할 수 있는 '지방 소아암 환자 진료체계 구축 방안'을 20일 발표했다. 전국 5개 권역에 '소아암 거점병원'을 육성하고 지역 인력 상황에 맞는 치료 모형을 마련하는 게 대책의 골자다.
내년부터 시행… 예산 확보 기재부와 협의 중
의료계에 따르면 소아과 전문의 급감으로 소아암 치료 체계는 붕괴 직전이다. 일부 지방대병원은 소아혈액종양 전문의 1명이 24시간을 버텨야 할 정도다. 촉탁의(학교 회사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 계약직 의사)를 채용하더라도 업무 과부하에 병원을 떠나는 일이 잦다. 문제를 더욱 키우는 건 의료진의 지역 편중이다. 소아암 전문의는 전국에 69명밖에 안 되지만 이 가운데 43명(62%)이 수도권에서 근무한다. 충원이 제대로 안 돼 30명은 50세 이상이다.
정부는 당장 신규 소아암 전문의를 투입하기는 어려운 현실을 감안, 현재 인력 상황을 기반으로 지방 전문인력 활용 모형을 마련했다. 각 모형은 업무 부담을 줄여 지방 근무 의사들의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연계해 지방 5개 권역에 지역 소아암 치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거점병원을 운영한다. 공공의료기관 중 소아암의 전 과정 치료가 가능한 병원으로 △충청권 충남대병원 △호남권 화순전남대병원 △경북권 칠곡경북대병원 △경남권 양산부산대병원 △경기권 국립암센터가 거점병원으로 지정됐다.
각 거점병원은 소아암 전담진료팀을 운영한다. 소아혈액종양 전문의와 입원전담의, 촉탁의, 타 분과 전문의가 협력하는 '병원 내 전담팀' 모형, 지방대병원의 소아암 전문의와 지역 병의원에서 일하는 전문의가 합심하는 '개방형 진료' 모형, 국립암센터 소속 전문의가 소아암 전문의가 없는 강원 지역 대학병원에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취약지 지원' 모형 등이 활용된다.
복지부는 내년 시행을 목표로 소요 예산 93억 원 확보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입안에 참여한 이준아 소아혈액종양학회 이사는 "지금 소아암 진료체계는 심폐소생술(CPR)을 해야 할 정도"라며 "1,500명의 소아암 환자가 병상을 찾아 헤매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