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권위의 프로바둑 기전인 제46기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이 5개월여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20일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 대국장에서 진행된 개회식에는 첫날 대국에 출전한 프로기사를 비롯해 이성철 한국일보 사장, 곽상철 SG고려 SG신성건설 대표이사,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한종진 프로기사협회장, 임설아 K바둑 상무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이 사장은 “최고를 뜻하는 수식어는 거장, 정상, 최고봉, 일인자, 지존, 챔피언 등으로 다양하지만 명인이라는 말은 남다르다”며 “그야말로 경지를 넘은,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을 뜻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46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명인 반열에 오른 10명의 프로기사 면면을 보면 명인전이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 대회인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며 “명인전의 성공적인 개최와 더불어 바둑이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확장되도록 노력하고 응원하겠다”고 덧붙였다.
후원사인 SG그룹의 이의범 회장을 대신해 개회식에 참석한 곽 대표이사는 “누구나 각자의 인생에 밑줄을 긋고 싶은 찬란한 순간이 있다”며 “명인전이 참가자 여러분 인생에 그런 순간이 되기를 기원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명인전은 한국일보가 1968년 창설한 국내 최고 프로기전이다. 2016년 43번째 우승자를 배출한 뒤 중단됐다가 5년 만인 2021년 ‘SG배 한국일보 명인전’이란 이름으로 부활했다. 오랜 역사만큼 수많은 명승부도 펼쳐졌다. 그중에서도 1972년 제4기 대회에서 약관의 나이였던 서봉수 당시 2단이 입단 1년 8개월 만에 고(故) 조남철 8단을 꺾고 명인에 올랐던 순간은 명인전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다. 이후 총 7번 명인 타이틀을 거머쥔 서봉수 9단은 아직도 ‘서 명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올해 대회에 참가한 그는 이날 개회식에 앞서 “명인전 개회를 축하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명인전에서 두 번 준우승(2010·2011년)했던 원성진 9단은 “지난해 승자조 준결승에서 패한 후 패자조 준결승에서도 탈락해 많이 아쉬웠다”며 “명인전은 역사가 길고 전통이 깊어 누구나 우승하고 싶어 하는 기전인 만큼 올해는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결승까지 올라가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 70%를 상회하는 승률을 이어가고 있는 신예 프로기사 한우진 9단은 “지난달까지 성적이 좋다가 이번 달 들어 다소 주춤하고 있다”며 “올해로 세 번째 도전하는 명인전에서 본선 무대를 밟아 다시 비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기전은 토너먼트 방식을 통해 12명의 본선 진출자를 가린 후 다음 달부터 패자부활 토너먼트가 포함된 본선 대국을 치른다. 본선 무대부터는 지난 대회 우승자 신민준 9단과 준우승자이자 세계랭킹 1위 신진서 9단 등 시드배정자 4명이 합류해 경기 성남 K바둑 판교스튜디오에서 반상의 혈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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