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밀수'에서 밀수 연루 해녀 춘자 연기
물질은 물론 수중 액션까지 거뜬히 소화
"연기 모니터링은 배우로서 제일 괴로운 일"
‘이대 나온 여자’가 해녀가 됐다. 영화 ‘밀수’에서다. 배우 김혜수는 물질은 기본이고 수중 액션까지 선보인다. ‘밀수’ 개봉(26일)을 앞두고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귀여운 해적처럼 두건을 둘러쓴 김혜수는 환한 웃음과 더불어 영화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특유의 빠른 말로 쏟아냈다.
‘밀수’는 1970년대 서해안 소도시를 배경으로 밀수에 엮인 인물들의 배신과 음모, 연대를 펼쳐낸다. 제작비(마케팅비 제외) 175억 원이 들어간 이 영화에서 김혜수는 춘자를 연기했다. 식모로 떠돌다 서해안 소도시 한 가정에 정착한 후 해녀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생계를 위해 밀수에 뛰어들었다가 예기치 않은 일을 맞이하고, 서울에서 인생 반전을 모색하다 살아남기 위해 담대한 계획을 세우게 된다.
류승완 감독과는 첫 협업이다. 영화 ‘닥터 K’(1999) 촬영 때 연출부 막내였던 류 감독을 본 적은 있으나 이후 별다른 교류는 없었다. 김혜수는 영화사 외유내강의 강혜정(류 감독의 아내다) 대표 전화를 받고 ‘밀수’와 인연을 맺게 됐다. “류 감독이 연출하고 염정아씨가 나온다고 해서 재미있겠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밀수’는 수중 장면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춘자와 자매 같은 사이인 진숙을 연기한 염정아는 수영을 아예 못해 출연 결정을 내린 후 집 세면대에 물을 받아 얼굴을 담그는 연습부터 했다고 한다. 동료 해녀로 출연하는 배우 김재화와 박경혜, 박준면 등도 3개월 동안 별도 훈련을 받았다.
김혜수는 달랐다. “물을 워낙 좋아하고 수영을 즐겨왔던” 그는 수중 연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이전 작품을 찍으며 물에서 겪은 공황상태가 후유증으로 남아있었으나 큰 벽은 아니었다. 물속에서 수직으로 몸을 크게 한 바퀴 도는 장면을 단번에 해내기도 했다. 물 밖으로 올라오다 촬영장비에 머리가 부딪혀 이마를 다친 걸 제외하면 제법 순탄한 촬영이었다. “콘티에 물속 동작이 이미 자세히 표현돼 있었는데 처음엔 ‘이걸 우리가 한다고?’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어요.”
영화 ‘깜보’(1986)로 데뷔한 지 37년. 연기 달인이 됐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이력이지만 김혜수는 여전히 “모든 현장에서 한계를 느낀다”고 했다. “모니터 화면으로 제 연기를 초단위로 보면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한 연기라도 만족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연기 모니터링이) 배우 생활하며 제일 괴로운 일”이라고도 했다.
‘밀수’는 여름 극장가 한국 영화 ‘빅4’로 꼽힌다. 제작비 200억 원 안팎이 들어간 ‘더 문’과 ‘비공식작전’(다음 달 2일 개봉), ‘콘크리트유토피아’(다음 달 9일 개봉)와 치열한 흥행 다툼을 예고하고 있다. ‘밀수’는 4편 중 유일하게 두 여자배우(김혜수, 염정아)를 앞세웠다. 남자배우들이 흥행판을 주도해온 한국 영화계에 변화를 꾀하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여배우로서 책임감이 느껴진다는 말을 할 만도 한데 김혜수는 고개를 저었다. “여성 투 톱 영화라는 인식을 가지고 출연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밀수’는 인물들 간의 갈등이 중요하고 연기 앙상블이 흥미로울 영화이기에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궁금해서 하게 된 영화”라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매번 최선을 다하면서도 결과에 연연하지 않으려는 김혜수다운 답변이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