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중 갈등' 해소 위한 미국 결단 촉구?
키신저 "미중 평화로운 공존 위해 지혜 필요"
미 국무부 "키신저-중국 간 계획 몰랐다"
2019년 12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 앞에서 헨리 키신저(앞줄 왼쪽 두 번째) 전 미국 국무장관이 시진핑(앞줄 왼쪽 세 번째) 중국 국가주석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당시 중국이 주최한 신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외교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헨리 키신저(100) 전 미 국무장관이 리상푸 중국 국방부장(장관)과 '깜짝 회동'을 했다. 이 사실은 중국 국방부가 공개했다. 리 부장은 미국 제재 대상에 오른 인물이라는 점에서, 미중 갈등 해소를 위해 미국 측이 먼저 구체적 행동을 취해 줄 것을 중국이 촉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중국 관영 차이나데일리와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키신저 전 장관은 전날 중국 베이징에서 리상푸 국방부장과 만났다. 키신저 장관은 리 부장과의 회동에서 "미중 양국은 오해를 없애고, 평화롭게 공존하면서 대립을 피해야 한다"며 "역사와 관행은 미국과 중국, 어느 쪽도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할 여유가 없다는 것을 계속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측이 지혜를 발휘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고 세계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리 부장도 "중국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며, 건설적인 중미 관계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다만 그는 "일부 미국인이 중국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해 중미 관계가 수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이르렀다"며 지금의 양국 관계 악화 책임이 미국에 있다는 걸 지적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은 지난달 중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이달 초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의 잇단 중국 방문으로 미중 간 고위급 소통이 재개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특히 키신저 전 장관은 1972년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당시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최근 들어서도 미중 갈등 해소를 강조하는 등 대중 유화적 메시지를 꾸준히 던져 왔다.
반대로 리 부장은 2018년 러시아로부터 S-400 방공미사일 시스템 등을 구매했다는 이유로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라 있는 인물이다. 중국은 리 부장에 대한 제재 해제를 미중 군사채널 복원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미중 간 긴장 완화를 위해선 미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중국의 입장이다. 두 사람의 회동이 그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이번 만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18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키신저 전 장관과 중국 측 사이에 어떤 계획이 있었는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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