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에셋 운용 펀드 90% 상각하기로 결정
20억 넣은 한은 노조 "민원 제기, 소송 불사"
한국은행 노동조합을 포함 국내 투자자들의 대규모 돈이 투입된 홍콩 오피스 빌딩 투자 펀드가 자산의 90%를 손실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멀티에셋자산운용은 이날 집합투자재산평가위원회를 열고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GFGC) 빌딩에 투자한 '멀티에셋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4호' 펀드의 상각비율을 90%로 결정했다. 펀드 평가금액을 기존 가격의 10% 수준으로 축소한다는 뜻이다.
멀티에셋 관계자는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상 부실 징후가 있다면 평가위원회를 개최해 상각하도록 돼 있다"며 "투자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펀드를 판매한 미래에셋증권도 "해당 펀드가 보유한 중순위 채권의 원리금 회수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소송 등 법적 절차 등을 통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세부 내용이 구체화되는 대로 신속하게 안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2019년 GFGC 측에 2,800억 원을 중순위로 대출해 주면서 자체 투자금 300억 원을 제외한 2,500억 원을 투자자들에게 재매각(셀다운)해 자금을 조달했다. 다른 국내 증권사·보험사 등 기관 투자자뿐만 아니라 소위 '큰손'이라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도 돈을 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공실률이 증가하고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면서 대출금 전액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멀티에셋이 설정한 펀드는 800억 원 규모로 당시 10개월 만기에 5.2% 수익률을 내세워 판매됐지만 3년째 묶여 있는 상태다.
펀드 상각으로 한은 노조는 비상이 걸렸다. 투자금 가운데 한은 노조 투쟁기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앞서 한은 전임 노조 집행부는 투쟁기금의 과반인 20억 원을 멀티에셋 펀드에 투자했고, 이날 상각 결정으로 가치는 2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투쟁기금은 집행부 급여가 안 나올 경우 등 유사시에 대비해 조합원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인데, 조합원들은 현 노조가 들어선 이후에야 전임 집행부의 투자 사실을 알게 돼 논란이 됐다.
현 노조 집행부는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수익자총회를 요청한 상태다. 또 금융감독원 민원 제기, 불완전판매 소송 등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은 노조관계자는 "아직 최종 손실을 이야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오늘 정해진 상각비율을 바탕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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