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여연대,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시민단체 구성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낸 약 1조원대 국제투자분쟁(ISDS)에서 정부가 일부 패소한 결과로 발생한 배상금과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에게 구상권·손해배상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미국계 사모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을 지급하라'는 국제투자분쟁 해결절차(ISDS) 판정에 대해, 한국 정부가 불복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했던 국민연금은 국가가 아니므로 ISDS의 대상이 아니었는데 중재판정부가 법리를 오해했다는 게 그 이유다. 1,300억원이라는 배상액 산정 과정에서의 계산상 오류도 지적했다.
법무부는 18일 "ISDS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고,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취소 소송의 근거로 법무부는 이번 사건이 ISDS의 관할(재판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내세웠다. ISDS는 '투자자'와 '국가'간 분쟁을 해결하는 곳일 뿐인데, 중재판정에서 문제가 됐던 국민연금은 주주 중에 하나일 뿐 국가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중재판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관할 인정 요건을 잘못 해석했으며 이는 판정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미 FTA상 ISDS 재판 대상이 되려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당국의 조치이고 △그 책임이 국가에 귀속되며 △투자자의 투자와의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한-미 FTA의 상대방인 미국은 의견서를 통해 '비정부 기관이 위임받은 정부적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는 '당국의 조치'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중재판정부는 국민연금을 '사실상의 국가기관'으로 보고 그 의결권 행사의 책임이 정부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사실상의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은 한미 FTA에 나와있거나 해석될 수 없는 주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주주로서의 순수한 상업적 행위에 불과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법무부는 "'소수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게 상법의 대원칙"이라며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다른 소수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정부는 ISDS가 산정한 배상액 1,300억원 산정 과정의 오류도 지적했다. 삼성물산이 합병이후 엘리엇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해야 하는데 '세후 금액'으로 공제해 배상금이 약 60억원 증가했다는 것이다. 또 손해배상금의 이자를 원화로 지급할지, 달러로 지급할지에 대해서도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봐도 공공기관 의결권 행사에 대해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ISDS 사건은 찾기 어렵다"며 "향후 공공기관, 공적 기금 등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ISDS제기가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취소 소송을 제기해 바로잡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유출되지 않도록 판정을 바로잡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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