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튀니지, 16일 '포괄적 MOU' 체결
"이주민 출국 봉쇄↔10억 유로" 교환
"인권 침해... 위험 내모는 조치" 비판↑
유럽연합(EU)이 튀니지와 '10억 유로(약 1조4,242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상품 무역이나 자원 개발, 기반시설 공사 등이 아니다. 'EU가 튀니지 경제난 해결을 도울 테니, 튀니지는 이주 희망자들의 출국을 차단해 달라'는 게 골자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이주민의 대표적 출발지다.
그러나 비판이 거세다. 인간의 이동권·망명권 등을 침해하는 반인권적 조치임은 물론, 이주 희망자들을 결국엔 더 위험한 경로로 내모는 조치이기 때문이다. '인권 수호 첨병'을 자처하는 EU가 '인권 훼손'에 앞장서는 두 얼굴을 보여 준 셈이다.
'이주 단속 강화' 요구한 EU "이주 중 사망 방지 조치"
16일(현지시간) EU에 따르면, 이번 양해각서(MOU)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마크 루테 네덜란드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날 튀니지 수도 튀니스를 방문해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체결됐다.
이탈리아는 불법 이민자 유입이 가장 많은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엔 총 10만5,129명이 이탈리아에 도착했다. 네덜란드는 루테 총리가 '난민 수용 규모 제한'을 주장했다가, 연립정부 내 다른 정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계 은퇴를 선언했을 정도로 사회적 분열이 심각하다.
MOU는 5개 기둥으로 이뤄졌다. EU는 ①튀니지 청년들의 EU 내 정식 체류 기회 확대 ②튀니지의 경제적 안정 도모 ③튀니지와의 투자 및 무역 확대 ④ 재생에너지 사업 협력 등을 약속했다. 튀니지는 ⑤국경 관리 등을 강화해 이민자 출국을 막아야 한다. 폰데어라이엔 EU 위원장은 "이민자가 바다를 건너다 물에 빠져 죽는 비극을 막기 위한 조치"라며 "(불법 이주를 부추기는) 이민 브로커, 인신매매범을 단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U는 튀니지 경제난을 해결하면, 경제 위기를 피해 탈출하는 수요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 튀니지는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 80%에 달할 정도로 위기다. 다만 MOU에 경제 지원금 규모가 적시되지는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튀니지에 구제금융을 개시하느냐'와 연동돼 있어서다. IMF는 구제금융 조건으로 튀니지에 국유 기업 민영화, 구조 조정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튀니지는 거부하고 있다. EU는 IMF보다 먼저 지원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최대 9억 유로(약 1조2,817억 원)가 IMF와 연동되는데, 그전에 EU가 1억5,000만 유로(약 2,136억 원)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EU 내에서도 비난... "인권·민주주의 훼손"
이 같은 EU 결정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로렌 세이버 연구원은 "모든 사람은 망명을 신청할 권리가 있다. 떠나려는 것을 막는 건 권리 침해"라고 독일 도이체벨레에 말했다.
관리·감독 명분하에 이민자를 상대로 튀니지 당국이 폭력·탄압을 강화할 가능성에 눈을 감는 것이기도 하다. '경제·사회적 권리를 위한 튀니지 포럼(FTDES)'은 지난 5일 "임산부 2명을 포함, 망명 신청자 20명이 튀니지국가방위군 등에 의해 리비아 국경 근처로 추방됐다"고 밝혔다.
EU 내부에서조차 비판이 제기된다. 영국 가디언은 유럽의회 의원들이 "EU가 튀니지 민주주의 붕괴에 기여해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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