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많이 내린 충정·전라에 또 비"
"더 큰 피해 올 수도...대피 명령 검토해야"

집중호우로 실종자가 발생한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에서 17일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18일까지 충청과 남부지역에 최대 200㎜의 비가 더 온다고 예보된 가운데 재난 전문가들은 앞으로 산사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정창삼 인덕대 스마트건설방재학과 교수는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오늘 비가 많이 오는 지역도 있겠지만 오늘보다는 화요일(18일)이 좀 더 위험한 것 같다"며 "지금 당장이라도 지자체에서는 상황 판단회의를 해서 위험 지역에 계신 분들한테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 대피 명령을 내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김승배 한국자연재난협회 본부장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비가 그쳐도 하루 이틀 사이에 많은 물을 머금었다가 산사태가 날 수 있는데, 지금 문제는 앞으로 비가 더 온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타난 피해보다 더 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과 내일 사이에 지금까지 많은 비가 내렸던 전라도, 충청도에 또 비가 내린다”며 “23, 24일에 또 엄청난 비가 올 가능성이 있고, 적어도 앞으로 일주일 정도는 폭우 피해, 폭우 속에서 살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김 본부장은 산사태로 인한 인명피해를 예방하려면 전조현상을 살펴보라고 당부했다. 그는 “산사태가 순식간에 나기도 하지만 전조현상이 있다”며 ①물이 안 나오던 곳에서 물이 나오고, 물이 나오던 곳에서 물이 안 나오거나 ②나무나 산비탈 전봇대가 기울어졌거나 ③우르릉하는 굉음이 들리는 것 등을 꼽았다. 물길이 바뀌거나 땅속에서 물이 흐르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터널이나 도로, 전원주택 등을 만드느라 산을 깎은 곳들이 매우 위험하다”며 “그 근방에 있는 분들은 아예 일주일 다른 데서 기거하시는 게 마음이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경북 예천군 산사태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지자체의 적극적인 대피 명령도 중요하다. 정 교수는 경북 예천 등에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3일 전에 이미 많은 비가 와서 토양이 거의 100% 함수율(흙이 물을 머금고 있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역들이 많았다. (산사태가) 충분히 예견됐다”며 “그런 지역에서는 적극적인 대피권고가 아니라 대피명령을 내려서 주민들을 강력하게 행정적으로 조치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11년 서울 우면산 산사태 때 76명이 사망했는데, 그때 온 비가 300㎜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며 “지금 3일 동안 누적 강수량이 많은 곳은 900㎜, 평균적으로 거의 600㎜가 왔다”며 이번 집중호우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전북 군산에 기상 관측 이래 최고 강수량인 500㎜가 쏟아졌음에도 인명 피해가 없었던 점도 언급했다. 정 교수는 “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방재 행정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세월호 참사 후 몇 년 동안 자치단체장들이 안전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시정을 해 왔는데 (지금은) 2, 3선으로 물러나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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