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우희, tvN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
방백부터 부캐까지…쉽지 않았던 8주간 여정
불안정한 30대 캐릭터의 표본
배우 천우희의 필모그래피는 주로 '불안정'에 집중돼 있다. '멜로가 체질'에서 사회초년생의 불안감을 여실히 그려냈다면 영화 '한공주' '써니' '버티고'에서는 사회적으로 암(暗)에 서 있는 소녀 또는 여성을 표현했다. 그런 천우희가 다양한 색채의 '부 캐릭터'로 대중이 몰랐던 천우희를 끄집어냈다. 케이퍼 무비 안에서 천우희는 놀고 뛰놀며 그간 보지 못했던 얼굴들을 펼쳤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천우희는 본지와 만나 tvN '이로운 사기'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로운 사기'는 공감 불능 사기꾼과 과공감 변호사,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악을 향한 복수극이자 공조 사기극이다. 어느 누구로든 변신할 수 있고 목적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이용하는 공감 불능의 사기꾼 이로움(천우희)과 타인의 고통을 보고 있으면 그 감정이 고스란히 전이돼 어느새 고통을 느끼고 마는 과공감 증후군 변호사 한무영(김동욱)이 이야기를 끌었다.
이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천우희는 먼저 "제가 더 잘했다면 어떨까 아쉬움도 있지만 완주했다는 것으로 칭찬해주고 싶다"고 아쉬움과 만족스러운 마음을 동시에 드러냈다. 천우희가 매 작품에 임하면서 항상 놓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제가 하는 작품들의 큰 전체적인 틀은 사람이 연대하고 공감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마음이 끌어당기는 것은 연대와 연민이죠. 이 인물로 내가 사람들에게 보여주면서 이런 사람도 있다고 소개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선택해요. '이로운 사기' 역시 장르적이고 대중적인 모습인 것 같지만 한 꺼풀을 벗기면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연출을 맡은 이수현 감독과 천우희는 주인공인 이로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천재 사기꾼'이라는 비상식적이면서도 이질적인 설정이 시청자들에게 자칫 비호감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이 설득력을 갖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했다. 천우희는 서사가 전개되면서 보는 이들이 한 발자국 다가오는 순간을 기대했다. 이는 인물이 변화할수록 더욱 매력적이게끔 보일 것이라는 결론으로도 이어졌다.
작품을 하면서 천우희가 가장 중점을 둔 지점은 인물의 변화였다. 이야기의 톤과 균형을 맞추면서 캐릭터의 외로움, 또 모래성 같은 면모를 부각시켰고 섬세한 표현력을 꾸준히 선보여야 했다. 함께 호흡한 김동욱의 내공 있는 연기는 천우희에게 안정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김동욱 오빠와 연기할 땐 낯섦 없이 수월하게 연기를 했다. 너무 능수능란하게 연기를 하는데 안정감 있게 내공을 보였다. 함께 연기하는 신이 많지 않아서 아쉽다고 할 정도로 티키타카가 잘 맞았다. 안정감이 있는 배우다. 김동욱 오빠는 굉장히 노력하고 저와는 다른 접근을 한다. 매 순간 노력하고 고민하고 그러다 보니까 안정감이 더욱 드러난다"고 굳은 신뢰를 드러냈다.
준비 과정에서 천우희는 부담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부담감은 곧 동력과 자극이 됐다. 극중 여러 에피소드마다 각기 다른 '부 캐릭터'를 만들어야 했고 시청자들이 인물의 행위에 납득이 되는 순간 즐거움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전까지의 과정과 접근 방식을 달리 했다. 이전에는 인물에 진심으로 이입하고 인물의 삶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로운 사기'에서는 피규어를 모아놓듯 직관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 외형, 말투,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것들로 만드는 작업은 천우희에게도 희열을 선사했다. 특히 그간 소화하지 못했던 코믹한 요소들이 이야기 속 희극적인 장치가 되면서 천우희에게도 새로운 자극을 안겼다. 방백 등 일반적인 드라마와는 상이한 연출은 마치 잘 짠 연극 무대처럼 완성됐다.
앞서의 고민들 속에서 천우희는 '잘해야 한다'는 욕심을 서서히 내려놓았다. 이 감독의 믿음 속에서 불안감, 또 조급함을 조금씩 덜고 담대한 자세를 갖게 됐다. 이를 두고 천우희는 "어떤 지점을 성장해낸 느낌이 든다"고 돌아보기도 했다.
제목처럼 '이로운 존재'에 대해 "제 성격상 누구에게 해를 끼치는 것을 정말 싫어한다.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삶을 산다고 자부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에게 제 작품이 이로웠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갖다주고 위로와 즐거움, 하나라도 얻어지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이로움이다. 제가 하는 연기들이 누군가에게 울림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의미를 짚었다.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을까. 단번에 "아직까진 없다"고 답한 천우희는 "연출은 영역으로 남기고 싶다. 손대고 싶지 않다. 어떤 것을 담아내는 촬영에 더 관심이 있다. 약간의 장단점이 있다. 연출의 시각과 배우의 시각을 가지면서 더 넓어지는 것도 있지만 보지 않아도 되는 부분이 있다. 직관적으로 연기해야 하는데 연출의 시선은 선을 넘는다. 순수한 연기를 더욱 해나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말했다.
"꾸밈없이 말하지만 유려하게 말하진 못한다"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지만 실제로 기자가 느낀 천우희는 담백한 말투로 자신의 생각을 조용히 전달하는 달변가였다. 세련된 단어 없이 명확하게 단어를 고르는 모습에서 진중함이 느껴졌다. 천우희는 "연기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항상 교감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진심으로 할 땐 상대 배우도 제 마음을 안다. 나름의 진심이 다 통했다. 항상 인복이 있다"고 떠올렸다.
대중이 천우희라는 배우를 바라보는 이미지에 대한 고민도 들을 수 있었다. '써니' 이후 '한공주' '카트' 등 주로 다크한 분위기의 작품을 해왔기 때문에 수반된 고민이었다. "연기를 하는 초반에는 내가 어떤 배우로 보이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한쪽으로 편중됐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배우는 다양한 모습이 있고 구속돼 있는 것이 아닌데 하나로만 생각하려고 했어요.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 제 욕심이에요. 다양한 모습이 쌓이면 결국 제가 되거든요. 순간의 그때, 행해지는 모습, 연기를 잘 쌓아간다면 그것들은 다 제가 될 겁니다. 저는 제 잠재력을 막고 싶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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