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출산휴가, 공공 이어 민간도 확대
"공무원만 아이 키우기 좋다"는 여론 차단
정부가 공무원 대상으로 쌍둥이 출산에 따른 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겠다고 한 후 부랴부랴 민간에도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공무원이 더 좋은 육아 및 양육 환경을 누리고 있다는 지적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민간 제도를 공공 부문과 똑같이 설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13일 '난임 다둥이 맞춤형 지원대책 당정협의회'를 열어 다둥이 출산 배우자의 출산휴가 기간을 늘리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쌍둥이, 삼둥이를 낳았을 때 현행 10일인 유급 휴가를 15일로 늘린다는 구상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는 출산 직후 아빠가 엄마의 육아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당정 발표는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배우자 출산휴가를 10일에서 15일로 변경한다고 밝힌 지 이틀 만에 이뤄졌다. 공무원 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는 건 민간처럼 따로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아 18일부터 곧장 시행된다.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민간에 대한 배우자 출산휴가 확대는 급하게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인사혁신처가 공무원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을 늘리겠다고 할 때만 해도, 고용노동부는 민간으로의 확산 계획을 세운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공무원 배우자 출산휴가를 늘리는 과정에서 민간 적용 여부를 두고 인사혁신처와 고용부 사이 사전 협의도 없었다.
배우자 출산휴가를 민간까지 서둘러 확대한 건,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은데 공공 부문만 친가족적인 제도를 이용한다는 여론 형성을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미 공공 부문은 민간에 비해 육아·양육 제도를 잘 갖췄고, 활용률도 높다는 평가다.
육아휴직이 대표적이다. 자녀 1명당 육아휴직 사용 기간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등 공공 부문이 3년으로 민간 1년보다 길다. 육아휴직을 한 국가공무원 중 남성 비율은 2021년 기준 41.5%였다. 같은 해 국가공무원을 포함한 전체 남자 육아휴직 비율 24.1%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마찬가지다. 기업 52만986개 가운데 직원이 배우자 출산휴가를 사용한 적이 있는 곳은 전체의 9.3%(고용부 2021년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에선 모두 배우자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 공공 부문과 민간 간 여성의 육아 환경은 비슷해지고 있으나, 남성은 아직 갈 길이 멀었다는 뜻이다.
다만 배우자 출산휴가 등 육아·양육 제도를 공공 부문부터 시행할 수밖에 없다는 '불가피론'도 있다. 공공 부문이 앞장서야 새로운 육아·양육 제도를 실시할 때 비용, 기업 문화 등 고려할 게 많은 민간이 따라온다는 뜻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달부터 소속 공무원에게 배우자 출산휴가 10일을 꼭 쓰도록 하는 의무사용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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