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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코인은 증권 아냐"... 화제의 '리플 판결' 국내 영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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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코인은 증권 아냐"... 화제의 '리플 판결' 국내 영향은

입력
2023.07.17 04:3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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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법원, 판매방식 따라 증권성 갈라
국내 거래소 "신규 투자자 유입" 기대
테라·루나 사건 향방 가를지도 관심

암호화폐 리플(XRP)을 발행하는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XRP가 폭등한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암호화폐 리플(XRP)을 발행하는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소송에서 일부 승소하면서 XRP가 폭등한 14일 서울 강남구 빗썸 고객센터 전광판에 암호화폐 시세가 나오고 있다. 뉴스1

"가상자산은 상품인가, 증권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대다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의 통칭)의 '증권성'을 엄밀히 따지기 시작한 후 업계 최대 화두가 된 문제다. SEC는 "발행 주체가 불분명한 비트코인을 제외한 대다수 가상자산은 '증권'"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증권법에 따른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판매되고 있다"며 이들 가상자산을 거래하는 행위를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13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은 가상자산의 증권성 판별 기준을 내놨다. SEC가 가상자산 리플(XRP)의 발행사 리플랩스를 상대로 낸 소송 결과가 3년 만에 나온 것이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사건을 담당한 아날리사 토레스 뉴욕지방법원 판사는 "리플랩스가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한 XRP는 증권,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거래된 XRP는 증권이 아니다"라고 약식 판결을 내렸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변호사는 "미 법원이 '타인의 노력에 의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졌다"고 설명한다. 기관투자자의 경우 리플랩스와 직접 거래했기 때문에 리플랩스의 사업이 성공하면 XRP 가치도 더불어 오를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거래소를 통해 구매하는 경우 투자자들은 판매 주체를 모르고, 리플랩스도 구매자 신원을 알 수 없다. 투자자들이 리플랩스라는 회사의 이익을 기대하고 샀다고 단정하기엔 양측의 연결고리가 느슨하다. 정 변호사는 이를 "판매방식에 따라 증권성을 구분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타인의 노력에 의한 이익 기대'가 기준이 된 이유

'타인의 노력에 의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지'는 미국 대법원이 만든 '하위 테스트(Howey Test)'에서 가져온 것이다. 하위 테스트는 1933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대규모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던 하위 컴퍼니의 농장 분양이 투자냐 아니냐를 판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위 테스트에 따른 증권성 판별 기준은 다음과 같다.
① 돈이 투자되었는지(Investment of money)
② 그 돈이 공동의 사업에 쓰이게 되고(In a common enterprise)
③ 투자에 따른 이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With an expectation of profits)
④ 그 이익은 타인의 노력으로 발생했는지(From the efforts of others)

국내 업계에 미칠 영향은?

가상화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가상화폐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약식 판결이라 SEC가 정식 판결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가상자산 업계는 일단 이번 판결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래소에서의 알트코인 거래를 합법으로 판단한 대목 때문이다. 판결 이후 XRP 가격이 두 배 가까이 급등(코인마켓캡 기준 0.47달러→0.89달러)한 것도 이 같은 인식을 방증한다. 국내 업계도 쾌재를 부르긴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는 "직접적인 영향권에 있는 건 미국 거래소들이겠지만, 코인의 증권성 판단에 대한 리스크가 어느 정도 해소됨에 따라 국내 역시 투자를 주저했던 투자자들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②국내 금융당국의 '지켜보기' 기조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황현일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디지털금융팀장)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규제 기관이 적극적으로 알트코인의 증권성을 따지지 않았다"며 "이번 판결로 인해 이 같은 입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테라·루나 사건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서울남부지검은 신현성 테라폼랩스 창업자 등을 불구속 기소하면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이는 검찰이 루나를 '증권'으로 판단했다는 의미다. 법원은 피고인의 유·무죄를 따지기 전에 '루나 판매를 투자계약으로 볼 것인지(루나는 증권인지)', '자본시장법 적용이 타당한 것인지'부터 따져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국내에 관련 사례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XRP 판결이 테라·루나의 참고자료로 활용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법원이 테라·루나를 증권이라 판단할 것인지엔 의견이 갈린다. 황 변호사는 "'증권이 아니다'는 쪽의 주장이 좀 더 힘을 얻을 것"이라고 봤지만, 정 변호사는 "우리 법원이 XRP 사건을 참고한다면 테라폼랩스의 판매방식에 따라 증권성 여부가 갈릴 것"이라며 "어느 쪽에 유리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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