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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면 물도 겸손(?)하게 마시는 게 좋다

입력
2023.07.16 0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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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 프리즘]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폐로 물이나 음료수가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폐로 물이나 음료수가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근육은 연금보다 강하다’라는 말은 장수 시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쓰이곤 한다. 나이 들어 근육이 부족하면 낙상ㆍ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대사증후군 등 수많은 질병을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등이나 허벅지ㆍ엉덩이를 비롯한 큰 근육 중요성이 강조되다 보니 이를 강화하기 위한 근력 운동 중요성만 부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큰 근육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작은 근육의 중요성도 적지 않다.

예를 들어 숨을 쉬는 데 필요한 근육, 소변과 대변 배출을 조절하는 근육, 말하거나 웃을 때 관여하는 근육 등이다. 평소에는 거의 실감하지 못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것이 음식을 삼키는데 필요한 근육이다.

갓 태어난 신생아도 엄마 젖을 먹고 몇 달 만에 이유식을 할 수 있으니 음식을 삼키는 동작은 기본적인 본능과도 같지만, 매우 섬세하고 복잡한 과정이다.

여기에는 미주신경을 비롯한 여러 개 신경과 혀 내재근 등 많은 근육이 함께 작용한다. 음식이 단단한가 말랑말랑한가 질긴가 부드러운가에 따라 삼키는 속도나 방법도 달라진다.

그런데 음식이나 물을 삼키는 데 작용하는 이들 근육도 나이가 들면서 약해진다. 마치 팔다리가 가늘어지고, 엉덩이 근육이 쪼그라드는 것과 비슷하다.

이렇게 되면 음식을 삼키는 동작에 오류가 발생한다. 무심코 음식이나 음료수를 먹었다가 사레가 들리는 일이 점점 잦아진다. 이것이 반복되고 심해지면 삼킴장애가 올 수 있다. 다른 말로 '연하(嚥下)장애'라고도 한다.

삼킴장애는 단지 음식을 먹다가 사레가 들려 기침하거나 가벼운 구토를 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삼킴장애는 고령 입원 환자의 중요한 사망 원인이다. 팔다리 근육과 달리, 음식을 삼키는 데 관여하는 근육의 약화를 막거나 강화하는 일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삼킴장애가 있을 때 권장되는 운동법은 입술과 혀를 다양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똑바로 누워 고개를 들어 엄지발가락을 바라보는 동작도 도움이 된다. 이는 목 근육 운동 같아 보이지만, 이 동작을 통해 목 안 혀끝이나 인두 부분 근육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다. 다만 목디스크가 있는 사람은 운동하기 전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삼킴장애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가 입과 코로 들어간 공기와 음식을 폐와 식도로 나누는 작업에 오류가 생기는 것이다. 식도로 공기가 들어가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지만, 식도로 들어가야 하는 음식이나 물이 폐로 들어가는 것은 중대한 문제를 일으킨다.

폐로 물이나 음료수가 들어가면 흡인성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삼킴장애가 심하거나 흡인성 폐렴 발생 위험이 있으면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는 방법도 바꿀 필요가 있다.

물이나 음료를 마실 때 대부분 고개를 뒤로 젖힌다. 그런데 젊을 때 이런 방식으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던 습관을 나이 들어 계속하다가는 삼킴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이듯이 나이 들면 음식이나 물을 섭취할 때 겸손하게 고개를 약간 앞으로 숙이고 빨대를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턱을 당기면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김성권 서울대 명예교수(서울K내과 원장)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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