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일본 정상회담 기자회견서 발표
방사성물질 검사증명서 안 내도 돼
유럽연합(EU)이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시행한 일본산 식품 수입 규제의 철폐를 공식화했다. 이르면 내달부터 후쿠시마산 수산물이 방사능 검사 없이 유럽으로 향하게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1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연 기자회견에서 “EU는 후쿠시마산 제품 수입을 아무 규제 없이 다시 허용하기로 일본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과학적 증거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평가에 근거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양측 합의에는 IAEA의 평가가 크게 기여했다. “우리는 7월 4일 IAEA 종합 보고서 발표를 환영한다”는 입장이 EU·일본 공동성명에 명시됐다. 다만 EU 집행위가 따로 낸 보도자료에 “일본 정부의 지속적 모니터링과 모든 결과의 공개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교도통신에 “EU 내 절차를 거쳐 내달 상순에 규제가 철폐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규제가 없어지면 EU가 후쿠시마현 생선과 버섯, 미야기현 죽순 등 10개 현(광역지자체) 식품을 수입할 때 요구했던 방사성 물질 검사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게 된다. 아울러 다른 광역지자체는 식품의 산지를 증명하지 않아도 된다.
기자회견에 함께 나선 기시다 총리는 EU의 이날 결정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의한 것인 데다 재해지역 복구를 크게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높이 평가하고 환영한다”고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EU와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날 EU 전문 매체 유락티브 기고에서 “일본과 EU 사이 경제적 유대는 강력하고, EU와 일본 간 교역액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식품 수입 규제 해제를 우회 요청하기도 했다.
앞서 EU는 2021년 10월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한 차례 완화해 ‘재배한 버섯’에 대해서만 산지 증명서 제출 의무를 일부 폐지한 바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일본 정부 명칭 처리수)의 해양 방류 계획을 검증해 온 IAEA의 우호적 결론에 편승해 올여름 오염수 방류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본 정부 입장에서 EU의 이번 결정은 주마가편 격이다. 한국과 중국 등 아직 일부 일본 식품 수입을 금지하고 있는 국가를 상대로 수입 재개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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