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심신미약 주장… 혐의는 인정
형법 제10조 '심신미약 감경' 요구할 듯
다음 재판에 정신감정 여부 결정하기로
국토교통부 관계자들이 5월 16일 오후 대구공항을 찾아 비상문이 개방된 채 계류장에 대기중인 항공기에 올라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 뉴스1
대구공항에 착륙 중이던 항공기 안에서 출입문을 열어 승객들을 공포에 떨게 한 이모(32)씨가 첫 재판에서 정신감정을 요구했다.
이씨는 13일 대구지법 형사5단독 정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검찰이 낭독한 혐의 내용을 모두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범행 당시 정신질환을 앓는 등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며 이를 밝히기 위한 정신감정을 요청했다.
이씨의 변호인은 “구속 이후 구치소에서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약물 처방과 함께 치료를 받아 안정된 상태”라며 ”범행 당시 공황장애나 조현병의 초기 단계였던 것으로 판단돼 정신감정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정신질환과 관련한 진단을 받은 적은 없지만 제주도의 한 정신과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가족이 사는 대구에서 치료를 받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가 문을 연 것”이라며 “사실조회를 통해 제주도 병원 의료기록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도 “정신감정을 받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정신감정은 현재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 일반적인데, 범행 당시 시점에 대해 감정이 가능한지가 의문스럽다”고 맞섰다. 형법 제10조 2항에는 ‘심신장애로 인해 사물을 변별할 능력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씨는 정신감정을 통해 정신질환 진단을 받게 되면, 심신미약을 이유로 형량 감경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우 판사는 “한 달 뒤인 다음달 24일 공판에서 피고인의 정신감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는 지난 5월 26일 낮 12시 37분쯤 승객 197명을 태우고 제주발 대구행 아시아나 OZ8124편 항공기에서 대구공항 착륙 전 비상문 레버를 조작해 문을 연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문을 망가뜨려 항공기 훼손 혐의도 받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찰이 탑승객 197명 중 23명의 병원진단서를 바탕으로 상해 혐의를 추가했다.
이씨는 경찰 조사 등에서 “항공기가 활주로에 완전히 착륙한 것으로 알고 (문을) 열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상문에 창문이 설치돼 있어 밖을 볼 수 있었던 점, 활주로를 주행하더라도 비상문을 개방해선 안 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씨를 재판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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