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혁신위원회 1호 쇄신안인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해 13일 격론을 벌였지만 당내 반대에 막혀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상당수 의원들이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며 수용을 주장했으나 검찰수사 정국에 대한 우려에 밀려 채택이 불발됐다. 이재명 대표가 앞장서 공언한 사안이 틀어지면서 민주당은 도덕성 논란에서 벗어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모양새다.
민주당 혁신위는 지난달 23일 첫 쇄신안으로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 채택을 발표했다. 이후 3주가 지났다. 민주당은 그간 의원총회 안건으로 이 사안을 올리려 했지만 차일피일 미뤄지다 이날 비로소 논의가 이뤄졌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오늘 이 자리에서 정당한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겠다는 결의를 공식 선언했으면 한다"며 "민주당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후 진행된 비공개회의에서 의원들은 한 시간가량 쇄신안을 논의했다. 강훈식·김종민 등 적잖은 의원들이 찬성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정치하는 집단이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할 때"라며 "혁신위 1호 안인데 이것을 안 받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하지만 다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의견을 제시하며 맞섰다. 이들은 검찰수사에 화살을 돌렸다. 전해철 의원은 "불체포특권은 헌법적 가치인데 내려놓는 게 쉽지 않고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는 취지로 말했고, 설훈 의원은 "검찰의 손을 들어주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반대했다. 변재일·김태년 의원도 "혁신위의 요구를 당이 다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앞으로 이 문제에 대해 밀도 있는 논의를 계속해나가면서 충실한 결론을 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는 무산됐지만 추후 쇄신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남겨 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을 안이하게 보고 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을 비롯해 민주당이 국민들의 실망을 자초한 상황을 극복하려 혁신위를 꾸렸는데 첫 단추부터 헝클어진 셈이다. 혁신위의 존재가치를 민주당이 부정한 것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 초선 의원은 "불체포특권이 기득권으로 표현되고 국민 눈높이에 안 맞으면 당연히 포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혁신위도 입장문을 통해 "혁신위의 제안은 변함이 없고 민주당이 혁신 의지가 있는지 여부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대단히 실망스럽고, 하루빨리 재논의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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