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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IT 억만장자들

입력
2023.07.12 17: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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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스레드(왼쪽)와 트위터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스레드(왼쪽)와 트위터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메타가 ‘트위터 대항마’로 내놓은 새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하며, ‘챗GPT’가 세운 기록 2개월을 크게 단축했다. 특히 출시 후 트위터 이용자 트래픽이 급감해, 트위터 이용자들이 스레드로 옮겨가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10월 트위터를 440억 달러(약 56조 원)에 인수한 일론 머스크가 최근 유료화 조치를 내놓으며 트위터 사용자들의 불만이 컸는데, 그 틈을 머스크의 오랜 앙숙인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파고든 것이다.

□ 저커버그의 공격에 머스크는 “경쟁은 좋지만, 베끼기는 아니다”라고 불만을 터뜨렸고, 이는 타당하다. 저커버그는 남의 아이디어를 차용해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능력으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다. 그의 출세작 페이스북부터 대학 동료 아이디어였다. 2012년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을 위협하자 경쟁사를 없애기 위해 인수하는 등 늘 쉬운 길을 택했다. 지난해 메타버스에 투자하다 실패하자, 1,000억 달러(약 129조 원) 자산가 저커버그는 대량 해고를 선택했다.

□ 머스크 역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2000년대 초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연 스페이스X와 전기차 테슬라로 혁신적 기업가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독선적 경영과 무책임한 언행은 늘 구설을 부른다. 2,460억 달러(약 318조 원) 자산도 부족한지 주가조작, 코인 시세조작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머스크와 저커버그는 결투 직전까지 갈 만큼 견원지간이다. 동시에 전문직 부모와 명문대를 다닌 후 IT 붐을 타고 성공을 거뒀으나, 사회성이 결여됐다는 점에서 닮은꼴이기도 하다.

□ 대런 애쓰모그루 미 MIT 교수는 신간 ‘권력과 진보’에서 ‘비전 올리가르키(Vision Oligarchy) ' 출현에 대해 경고한다. 비슷한 사고방식과 태도를 지닌 소수 테크놀로지 리더를 지칭한다. 그들의 놀라운 경제적 성공에 눈멀어 대중이 그들 언행을 지나치게 신뢰하다가, 사회가 불행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미성숙한 IT 억만장자들의 저질 다툼이 연일 관심을 끄는 것을 보며, 비전 올리가르키의 영향력과 위험성을 새삼 절감한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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