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숨진 30대 노동자 아버지 CBS 라디오 인터뷰
"비용절감 이유로 인원 줄이고, 냉방장치도 작동 안 해"
3시간마다 15분 휴게시간도 잘 안 지켜져
“화요일에 병원 가야겠다. 어깨랑 등이 아프면서 가슴 통증에 호흡곤란 생김.”
폭염특보가 계속됐던 지난달 19일 대형마트 실외주차장에서 근무하던 청년 A(30)씨가 쓰러지기 하루 전날 가족에게 남긴 휴대폰 메시지다. 이틀 뒤 병원에 갈 생각이었던 그는 문자를 보낸 지 하루 만에 숨졌다.
2019년 대형마트 코스트코에 입사한 A씨는 지난달 5일부터 경기 하남시 코스트코 실외주차장에서 카트 정리 업무를 맡았다. 5층짜리 실외주차장에서 시간당 카트 200개를 매장으로 옮기는 일이다. A씨가 사망한 지난달 19일은 낮 최고기온이 35도에 이르는 등 폭염특보가 이틀째 계속됐다. 사망 당일 정오부터 일을 시작한 A씨는 쉴 새 없이 수천 대의 카트를 옮겼다. 회사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냉방장치를 작동시키지 않았다. 부족한 인원에 3시간마다 주어지는 15분의 휴식시간도 잘 지킬 수 없었다. 사망 전 A씨는 7시간 동안 17㎞를 넘게 걸었다. 이날 오후 7시 A씨는 주차장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진 그는 '온열로 인한 과도한 탈수증상이 유발한 폐색전증'으로 숨을 거뒀다.
A씨가 사망한 지 3주가 넘었지만 A씨가 일했던 일터에는 같은 환경에서 10여 명이 근무하고 있다. 업무로 인한 산업재해가 명백하지만 사측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의 아버지는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들 사망 후) 3주가 지나는 동안 본사 누구도 유족한테 유감 표명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며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다가 온열로 사망했는데 산재 처리는 유족 측이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아들을 죽음으로 몬 열악한 업무환경을 지적했다. 그는 “원감절감 차원에서 에어컨도 시간대별로 적게 틀어주고, 냉풍기는커녕 순환기 자체도 안 틀어준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그가 공개한 A씨가 사망 전 동료와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서도 동료가 “(안 틀 거면) 뭐 하러 에어컨 달았냐”고 했고, A씨는 “냉풍기는 대체 어디 갔담”이라고 답했다.
3시간마다 15분씩 쉬도록 한 휴게시간도 지켜지지 않았다. A씨의 아버지는 “아들 전언에 의하면 5층에 있는 휴게실까지 가려면 왕복 9분 정도 걸리는데 그 시간에 그냥 주차장 한 켠에서 쪼그려 앉거나 그런 식으로 쉬었다고 그러더라”라며 “의자도 없이 한 켠에서 자동차 열기 그대로 온몸으로 느끼면서 쉬었던 그런 시간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근무 인원도 부족했다. 해당 실외주차장은 주말이면 800여 대의 차량이 가득 찬다. 차량 관리 인원은 10여 명에 불과하다. 그는 “지병 없이 건강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하던 아들이었다”며 “하남점 코스트코는 타 지점에 비해 주차 인원이 6, 7명 정도 모자랐다고 알고 있는데, 업무를 나눠서 하다 보니 휴식시간도 안 지켜지고 너무 과중하게 일을 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런데도 사측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A씨의 아버지는 "엄연히 직장에서 열심히 근무하다가 온열로 사망했는데 산재 처리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다"라며 "응급실에 갔을 때도 관리자가 그냥 주차장에서 일하다 쓰러졌다고만 했는데 그 부분을 놓친 게 너무 아쉽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뒤늦게 진상 파악에 착수했다. 고용노동부는 A씨 사망과 관련 코스트코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한다고 12일 밝혔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해 "연차나 병가를 자유롭게 쓸 수 있거나 폭염 시 휴식시간이 보장됐다면 그를 살릴 수 있었다"며 "코스트코는 이번 사건에 대해 모든 책임을 지고 재발 방지대책을 약속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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