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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진 아이들은 죄가 없다

입력
2023.07.19 04:3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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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냉장고에서 발견된 영아시신 유기사건부터 약 1,000건에 가까운 전수조사로 파악된 영아 사망 및 소재불명 보도로 전국이 들썩이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아동보호 역사에서 수많은 아동이 학대와 가족살해로 출생 등록될 권리도 누리지 못한 채 짧은 생을 살았고, 그 아이들은 우리에게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등의 법과 제도를 남겼다.

지난달 최초로 보도된 영아시신 유기사건은 사회적 영향력과 범죄행위의 중대성으로 각종 언론사에서 헤드라인으로 비중 있게 보도됐다. 그래서인지 보도 직후 모여든 언론사 차량과 기자들의 분주한 움직임을 통해 해당 지역이 사건 발생지라는 것을 미뤄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아파트 실명과 외관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되면서 주민들의 항의가 이어지기도 했다.

영아시신 유기 최초 사건의 중심에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며 하교 후엔 친구와 놀 생각에 즐겁기만 했던, 피해 아동들의 형제자매 3명이 있다. 이 어린아이들은 보도 이후 쏟아지는 친구들의 연락에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치듯 보금자리에서 탈출해야만 했다. 학교에 등교하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정신건강을 위해서 모든 전자기기를 차단해야 할 정도였다. 이 아이들에게 이토록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는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한국사회복지연구회 학회지 중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생존 형제자매는 어떻게 보호되고 있는가'(정익중 등/2021)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망사건의 형제자매들은 기본적으로 빈곤, 가정폭력, 가정해체, 학대 및 방임 등 여러 열악한 환경을 사망 아동과 함께 공유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을 겪은 가족들은 수습에 급급한 나머지 가족이 해체되거나 또 다른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살아남은 아동들은 부모로부터 온전한 관심과 애정을 받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생존 형제자매도 '학대피해자'로 인식하고 이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 아동권리보장원이 2022년 아동학대예방의날에 제시한 아동학대 언론보도 권고기준은 △아동 권익과 인권 △2차 피해 예방 △사실 기반 보도 △대응체계 안내 총 4개의 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달 국내 26개 언론사를 대상으로 '아동학대 언론보도, 국민의 알 권리와 아동권리 측면에서 바라보다'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음에도 어른들의 알권리를 위해 여전히 아동권리가 침해됐다.

언론 매체들이 아동학대 보도로 수많은 잠재적 피해아동을 살려 냈고, 여론형성과 정책변화를 이끌었기에 종사자 입장에서는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2차 피해가 발생하는 아동학대 현장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사건 보도과정에 아동권리보호가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범죄 행위를 한 행위자들은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하지만 남겨진 아이들은 죄가 없다.


김민애 경기도거점아동보호전문기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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