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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었네” 미국의 ‘집속탄’ 우크라 지원에 왜 전 세계가 반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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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었네” 미국의 ‘집속탄’ 우크라 지원에 왜 전 세계가 반대할까

입력
2023.07.10 04:3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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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피해 큰 ‘비인도적 무기’ 집속탄
2021년 관련 사상자 97%가 민간인
미국의 우크라 지원에 동맹국도 비판

1월 10일 미국 유타주의 힐 공군기지에서 집속탄을 점검하고 있다. 유타=로이터 연합뉴스

1월 10일 미국 유타주의 힐 공군기지에서 집속탄을 점검하고 있다. 유타=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루비콘강을 건넜다.”

미국 정부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지원 결정에 대해 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이렇게 평가했다. 집속탄은 분쟁 지역에서 민간인, 특히 어린이 사상자를 내는 주범으로 꼽히면서 이를 지구상에서 추방하려는 금지 협약까지 제정된 비인도적 무기다. 전쟁을 끝내려는 초강수라고 해도, ‘인도적 선’을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미국의 동맹국마저 등을 돌렸다.

집속탄이 뭐기에…최근 피해자 97% 민간인

5월 남수단 동에콰토리아주 아이에서 집속탄 잔해가 발견됐다. 아이=AP 연합뉴스

5월 남수단 동에콰토리아주 아이에서 집속탄 잔해가 발견됐다. 아이=AP 연합뉴스

영국 BBC방송은 이날 ‘집속탄이란 무엇인가’라는 기사에서 “하나의 거대한 폭탄 내부에 든 여러 개의 소형 폭탄을 비행기 등에서 투하하거나 미사일 형태로 쏘는 무기”라고 설명했다. 공중에서 비처럼 폭탄이 흩뿌려지는 탓에 ‘강철비’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 집속탄은 1개만으로도 축구장 3, 4개 넓이의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

문제는 집속탄의 소형 폭탄 상당수가 경작지나 젖은 땅, 얕은 물가에 떨어지면 바로 터지지 않는 불발탄이라는 점이다. 집속탄의 최대 40%가 불발탄이라는 국제적십자위원회의 연구도 있다. 불발탄은 지뢰처럼 땅에 묻혀 있다가 나중에 이를 만지거나 밟은 민간인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집속탄이 사용된 지 50년이 지난 라오스와 베트남에서 아직도 불발탄이 발견될 정도다.

처음 집속탄이 사용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이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만 최대 8만6,500명에 달한다. 지난해 발표된 집속탄 감시기구 집속탄연합(CMC)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집속탄으로 다치거나 사망한 이들의 97%가 민간인이었다. 또 사상자의 절반 이상은 어린이였는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10세에 불과했다. BBC는 “어린이는 집속탄을 장난감으로 착각하거나 호기심에 만지기 쉽다”고 전했다.

금지협약도 있는데… 동맹국, 민주당서도 ‘비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언론 브리핑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7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언론 브리핑룸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지원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워싱턴=UPI 연합뉴스

집속탄의 무차별적인 살상력을 우려한 민간단체와 국제기구들의 노력으로 2010년 유엔의 금지협약(CCM)이 발효됐다. 집속탄의 사용과 생산, 비축, 이전 금지와 잔여분의 제거 및 비축분 파기가 골자다. 전 세계 123개국이 협약에 참여했지만,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명단에서 빠졌다. 한국 역시 휴전국인 만큼 불참 정책을 고수하는 상태다. 한국은 집속탄을 생산하는 16개국 중 하나이기도 하다.

미국은 협약 서명을 거부하면서 불발탄을 대폭 줄인 ‘스마트 집속탄’으로 민간인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에도 이 스마트 집속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우리가 지원할 집속탄의 불량률은 2.5% 미만으로, 러시아 집속탄의 불량률보다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한시적인 지원인 데다, 우크라이나로부터 민간인에게 이를 노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도 덧붙였다.

그럼에도 국내외의 반대 여론은 높아지고 있다. 영국, 캐나다, 스페인 등 미국의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집속탄을 공급하기로 한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프라밀라 자야팔 의원 등 미국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19명도 성명을 내고 “안전한 집속탄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다”며 “전 세계의 인권을 옹호하는 미국의 리더십을 약화할 필요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욕타임스(NYT)는 또 2002년 미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이 이라크전에 사용했던 집속탄의 실제 불발률이 14% 이상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미국, 러시아에 대한 도덕적 우위 잃을 것”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7일 장병들이 100파운드(45㎏)에 달하는 155mm 재래식 포탄을 차량에 싣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국방부가 공개한 사진에서 7일 장병들이 100파운드(45㎏)에 달하는 155mm 재래식 포탄을 차량에 싣고 있다. AFP 연합뉴스

이렇듯 논란이 예상되는 데도 미국이 집속탄 지원 방침을 굳힌 것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포탄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는 적은 수의 탄약으로 더 많은 목표물을 파괴할 수 있는 집속탄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예상보다 강력한 러시아의 방어에 맞닥뜨리자 미국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NYT는 “재래식 포탄의 공급이 늦어지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측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장에서 집속탄이 등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영토에서 튀르키예로부터 받은 집속탄을 썼고, 러시아는 민간인 거주 지역에도 집속탄을 사용하면서 국제사회의 비판을 샀다. CMC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 동안 러시아의 집속탄이 우크라이나인 최소 68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다만 미국의 집속탄 지원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도덕적 우위’를 잃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역시 비난에도 사용했던 무기인 탓이다. 가디언의 워싱턴지국장 데이비드 스미스는 “바이든의 결정은 이미 다소 누더기가 된 미국의 도덕적 명성보다 정치적, 군사적 명성을 앞세우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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