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급여 항목 설명 안 해줬다"며 민원
폐과 후 '만성 통증·내과' 진료 하기로
소아과 최근 5년간 전국 662곳 폐업
광주광역시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악성 민원으로 폐과를 선언했다. 저출생과 낮은 수가 등으로 가뜩이나 부족한 소아과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은 6일 "보호자의 악성 허위 민원으로 인해 8월 5일 폐과함을 알린다"고 공지했다. 병원 측은 "피부가 붓고 고름과 진물이 나와 내원했던 네 살 아이가 두 번째 방문부터는 보호자도 많이 좋아졌다고 할 정도로 호전됐지만 보호자가 간호사 서비스 불충분 등을 운운하며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이어 "환자가 아닌 이런 보호자를 위한 의료 행위는 더 이상 하기 힘들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향후 보호자가 아닌 아픈 환자 진료에 성의를 다하기 위해 소아청소년과의원은 폐과하고 만성 통증과 내과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의사로 살아가겠다"고 선언했다. 또 “더 이상 소아청소년 전문의로 활동하지 않아도 될 용기를 준 보호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 따르면,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한 어린이 보호자는 포털사이트에 병원에 대한 불만 후기를 남기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비급여 항목 금액 2,000원에 대해 보호자에 설명하고 동의를 구했지만, 보호자 측은 설명이 충분치 않았다며 환불을 요청했고, 곧바로 환불해줬지만 민원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폐과 소식에 광주 지역 맘 카페에선 "꽤 오래 운영해 온 곳인데, 폐과 한다니 안타깝다", "악성 보호자 때문에 갈수 있는 소아과 하나가 또 사라졌다", "새로 들여야 하는 시설 비용이 많을텐데 그것을 감수하고 폐과할 정도로 민원이 심했나보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반면 "아이가 주변으로 받게 될 상처는 염두에 두지 않고, 본인 화풀이하는 것으로 밖에 안 보인다", "마녀사냥 당해보라는 것 아닌가" 등의 병원 대응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병원의 폐과 공지문을 올리며 "직접 원장과 통화해보니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며 "(보호자 악성 민원은) 한국 모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겪고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수는 급감하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소아청소년과 병·의원 617곳이 개업했고, 662곳이 폐업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전공의(레지던트) 수련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연차별 수련 현황'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공의 수는 304명으로 집계됐다. 5년 전(2018년) 850명에서 64%나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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