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러시아 방문 당시 개인적으로 전달"
"중국 향한 유럽 불신 해소 목적" 해석
러시아 크렘린궁은 "허위"라며 부인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월 21일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중러 신시대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 심화에 관한 공동성명'에 서명 후 이를 교환하고 있다. 모스크바=AP 뉴시스
지난 3월 러시아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면전에서 "우크라이나에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 보도했다. 시 주석은 "중국이 러시아를 후원하고 있다"는 유럽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FT는 중국의 고위 관리를 인용해 "시 주석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입장문'을 전달하면서 핵무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사적으로 경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를 국빈방문한 시 주석은 모스크바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당시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대화 재개와 휴전 모색 △미국과 유럽의 일방적 러시아 제재 중단 △핵무기 사용과 핵 위협 금지 등 12개 항으로 이뤄진 '중국 정부의 (전쟁) 중재안'을 푸틴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시 주석은 문건에 핵무기 사용 반대 입장을 담는 데 그치지 않고 푸틴 대통령에게 직접 경고했다는 것이다.
당시 중국은 중재자를 자처하며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표명했다. 하지만 "중국이 러시아를 두둔하고 있다"는 유럽의 의심은 계속됐고 유럽과의 관계 회복을 꾀하고 있던 시 주석으로선 보다 적극적인 제스처를 할 필요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FT는 "시 주석이 막후에서 노력하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전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지난 3월 "시 주석의 러시아 방문이 핵전쟁 위험을 감소시킨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중국의 한 관리는 "러시아가 핵무기를 사용하면 유럽 전체가 중국에서 등을 돌릴 것"이라며 "핵무기 사용을 막기 위한 노력은 중국과 유럽 간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FT 보도를 부인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러시아와 중국이 3월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성명을 발표했고, 그 외의 모든 것은 허구"라고 말했다. 당시 양국은 "핵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있을 수 없다. 핵 전쟁은 절대 일어나선 안 된다"는 문구를 성명에 담았다.
크렘린궁의 부인 직후 푸틴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텔레그램에서 "모든 전쟁은 심지어 세계 대전조차도 미국이 1945년에 했던 것처럼 매우 신속히 끝날 수 있다. 미국은 일본에 핵무기를 폭격했다"며 거듭 핵 위협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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