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제닌 대규모 공격에
하마스, 로켓·흉기 테러로 보복
“양측 보다 더 ‘폭력적 단계’로”
팔레스타인 서안지구에서 23년 만의 최대 규모 군사 작전에 나섰던 이스라엘군이 이틀 만에 철수했다. 작전은 일단 끝났지만, 팔레스타인의 보복 공습과 이에 대한 이스라엘의 맞대응으로 폭력이 또 다른 ‘피의 폭력’을 부르는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영국 BBC방송과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제닌 난민촌에서 전날 저녁부터 철수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의 근거지를 소탕하겠다며 병력 1,000여 명과 드론 미사일까지 동원해 공격에 나선 지 약 48시간 만이다. 팔레스타인의 반이스라엘 민중 봉기인 2000년 제2차 ‘인티파다’ 이후 서안지구에서 벌어진 최대 규모 군사 작전인 이번 공격으로 민간인을 포함한 팔레스타인인 12명이 목숨을 잃었고, 120여 명이 다쳤다. 이스라엘에서도 군인 1명이 사망했다.
제닌은 쑥대밭이 됐다. 이스라엘은 무장 세력을 키워내는 ‘테러리즘의 산실’로 여기지만, 팔레스타인에선 ‘저항의 상징’이라 부르는 지역이다. 이스라엘군이 일부 건물을 불도저로 밀고 병원 등에도 최루탄과 실탄을 쏘면서 주거지의 3분의 1이 파괴된 상태다. 이에 주민 약 4,000명이 피란길에 올랐다고 니달 알-오베이디 제닌 시장은 밝혔다. 제닌 주민 파리트 바바크나는 “20여 년 전과 같은 장면이자 수법”이라며 “이스라엘은 당시의 파괴를 복구하려던 우리를 과거로 되돌려놨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이스라엘 수도에서 ‘보복’ 칼부림도
제닌에서 시작된 양측의 무력 대치는 팔레스타인의 또 다른 영토이자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로 번졌다. 이날 새벽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5발의 로켓이 발사되면서다. 이스라엘군은 방공망 아이언돔이 로켓을 모두 요격해 사상자는 없었다고 발표했고 곧바로 전투기를 동원한 보복 공습에 나섰다.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도 출혈을 피하진 못했다. 텔아비브에서는 전날 팔레스타인 출신 20대 남성이 차량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해 돌진한 후 행인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최소 8명이 다쳤고, 용의자는 현장에서 사살됐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우리 국민에게 저지른 범죄에 대한 첫 번째 대응”이라며 “이스라엘이 떠날 때까지 저항은 계속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측은 물러서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공영 라디오에서 “모든 병력이 제닌을 떠났다”면서도 향후 다른 군사 작전을 수행하려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하마스와 또 다른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이슬라믹 지하드는 “제닌에 대한 이스라엘의 침략을 물리쳤다”며 “제닌은 혁명과 반항, 저항의 중심지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BBC는 “올해 거의 일상이 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사이의 폭력이 훨씬 더 ‘폭력적인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서안지구에서만 140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다. 팔레스타인에 의해 사망한 이스라엘인도 25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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