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정권 1차 사법파동 당시 사표 제출
김우중 대우 회장 권유로 '1호 사내변호사'
황주명 법무법인 충정 회장. 연합뉴스
국내 최초의 사내변호사로 활동한 판사 출신 황주명 변호사가 별세했다. 향년 84세.
5일 법조계와 유족에 따르면, 황 변호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12호실이고, 발인은 7일 오전 8시 40분이다.
함경남도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1961년 고등고시 사법과(13회)에 합격한 뒤 부산지법·서울민사지법·서울형사지법·서울고법 판사를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판사로 일하던 1971년 고인은 '1차 사법파동' 당시 앞장서서 사표를 내기도 했다. 당시 유신정권 아래 검찰이 서울형사지법 부장판사 등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현직 판사 153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사건이다. 정부가 시국사건과 공안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겨냥해 수사한다는 의혹 때문이었다.
고인은 엄혹한 시기에도 정권과 각을 세우는 판결들을 다수 남겼다. 병무청 공보담당관실에서 군사기밀 서류를 가져갔다는 이유로 기소된 합동통신(연합뉴스의 전신) 기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후 고인은 1977년 "유신체제 하에서 재판을 하는 것이 마음이 편치 않았다"며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끝으로 법복을 벗었다.
이듬해 고인은 경기고 선배인 고(故)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권유로 대우그룹 법제실장으로 이직하면서 '국내 1호 사내변호사'가 됐다. 이후 1981년엔 국내 1세대 로펌 김장리 법률사무소에 합류했으며, 1993년에는 법무법인 충정을 설립해 기업 자문과 금융증권 등 전문 분야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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