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법 예외조항에 기대 비정규직 운용
대교협 "사업 영속성 없어 정규직 전환 무리"
노동계 "꼼수일 뿐… 고용불안 노동자에 떠넘겨"
"원청인 교육부가 방관… 대책 내놔야" 지적도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2년 이상 일한 비정규직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 없이 1년 단위로 '쪼개기 계약'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계약 횟수가 11번에 이르는 직원도 있었다. 기간제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려 만든 기간제법의 예외 조항을 이용, 꼼수로 인력 운영을 해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상황을 방관한 교육부에도 책임론이 제기된다.
대교협에선 10년 넘게 일해도 비정규직, 왜?
13일 한국일보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대교협은 지난 4월 기준 채용 중인 계약직 직원 60명 가운데 22명과 1년짜리 근로계약을 3회 이상 맺어왔다. 계약 체결 횟수는 △11회 1명 △10회 1명 △9회 6명 △8회 2명 △7회 6명 등이었다. 대교협은 관련 법에 따라 전국 4년제 대학들이 학사·재정 등 주요 현안에 상호협력하고 대학교육 수준 향상에 필요한 정책을 정부에 건의하는 공직유관단체다.
비정규직은 2년간 한 곳에서 일하면 기간제법에 따라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대교협에서 2년 이상 근무한 직원 다수가 비정규직 신분을 벗어나지 못한 것은, 대교협이 기간제법상 예외 조항을 적용했기 때문이다. '사업의 완료 또는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에는 2년 이상 계약해도 정규직 전환 의무를 면해준다는 조항이다. 실제 해당 직원들은 대학정보공시,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 등 대교협이 교육부와 위탁 계약을 맺은 업무에 종사한다.
대교협 측은 여건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입장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했다가) 사업이 중단되거나 다른 기관으로 이관될 경우 재정적 한계 때문에 해당 인력을 계속 고용할 여력이 없어 부득이 계약직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연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목표로 개선 노력을 하고 있다"며 "이번 달에도 3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들 3명은 고용 기간 초과에 따른 법정 전환 형식이 아니라 별도의 공채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노동계는 대교협 해명이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계약직 직원들이 담당하는 업무는 교육부가 대교협에 위탁해 장기적으로 수행해온 중요 사업인 만큼 상시 업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교협은 대학정보공시는 2011년부터 13년째, 고교교육 기여대학 지원사업은 2007년부터 17년째 맡고 있다. 민현기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설령 사업 중단 가능성이 있더라도 대교협의 행태는 고용 불안을 노동자에게 온전히 전가하고 사용자로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2017년 대법원은 근로관계의 계속성이 인정될 경우, 기간제법 예외 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현대엔지니어링 감리원으로 2005년부터 1년 단위로 14차례 근로계약을 맺었던 구모씨가 2015년 계약 종료 통보를 받자 제기한 해고무효 소송 건이었다. 1·2심은 기간제법 예외 조항을 이유로 해고가 정당하다고 봤지만, 대법원은 회사가 법 적용을 피하려 근로계약을 반복 갱신했다고 판단했다.
"원청 교육부도 책임… 고용 보장 방안 내놔야"
교육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기간 지속해야 할 정책 사업을 위탁 형태로 운영하다 보니 수탁기관의 고용 안정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김병국 대학노조 정책실장은 "근로자 고용 안정과 처우 개선에 모범을 보여야 할 정부가 고용 보장 사각지대 발생의 빌미를 제공했다"며 "대교협이 해당 노동자들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게끔 정부가 필요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용기 의원은 "공직유관단체에서 이 같은 꼼수 근로계약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문제"라며 "대교협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을 확보하고, 교육부도 이를 위한 체질 개선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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