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까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베토벤은 작곡가이자 혁명가인 동시에 유머러스함과 따뜻한 면모도 지녔어요. 이번 공연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예순 번째 하게 됐지만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현존하는 최고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오스트리아 피아니스트 루돌프 부흐빈더(76)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음악은 한계가 없고 베토벤 음악에 결코 싫증을 느껴본 적이 없다"며 베토벤에 매료된 이유를 이같이 설명했다.
부흐빈더는 지난달 28일부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 전곡 연주 일정에 돌입했다. 2012년 첫 내한 후 여덟 번째 내한으로, 전반부 3회 공연을 마치고 6~9일 나머지 네 차례의 공연을 앞두고 있다.
부흐빈더는 5세에 빈 음악원에 입학한 신동이었지만 '거장'의 명성을 얻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 대기만성형 연주자다. 젊은 시절 그는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본상이 아닌 특별상을 받았고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알프레드 브렌델의 인기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묵묵히 베토벤 음악에 천착하면서 나이가 들수록 음악적 깊이를 더하며 현재는 최고 권위의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로 평가받고 있다. 부흐빈더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의 서로 다른 편집본을 39권이나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베토벤에 깊은 애정을 지니고 있다. 1970년대부터 세계 각지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 무대를 열었고 1980년대 초반 처음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음반을 발매했다.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최초로 연주했다.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 72세의 나이로 세계적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그는 "지금은 많은 가능성을 열어두고 연주하지만 음악에 대한 정의를 좀 더 좁은 시선으로 바라봤던 젊은 시절에는 닫힌 시선으로 작품을 대했던 것 같다"고 과거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내 인생은 크레셴도(점점 세게)처럼 성장해 왔다"며 "한 번 특별히 잘하는 센세이션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부흐빈더는 "베토벤의 모든 소나타를 사랑하지만 모든 곡이 어렵다"며 "음악에 나의 개성을 녹여내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그는 지난달 28, 30일, 지난 1일에 열린 전반부 세 차례 연주회에서 악보에 충실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를 들려줬다. 부흐빈더는 내년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5곡)을 직접 지휘하며 연주하는 내한 일정이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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