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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대행사 최고물류책임자가 된 '영업의 달인'

입력
2023.07.06 13:30
수정
2023.07.06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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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스타트업엔 유난히 다양한 C레벨(분야별 최고 책임자)이 있습니다. 강점을 가지려는 분야에 최고 책임자를 두기 때문입니다. C레벨을 보면 스타트업의 지향점도 한눈에 알 수 있죠.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이현주 기자가 한 달에 두 번, 개성 넘치는 C레벨들을 만나 그들의 비전과 고민을 듣고 독자들과 함께 나눕니다.


⑮김희종 바로고 CBO 겸 CLO

소비자가 현재 있는 곳으로 음식을 시켜 먹는 행위. 흔히 '배달'이라는 두 음절로 불리는 이 행위는 플랫폼의 발달과 함께 보통 6단계를 거쳐야 하는 복잡한 물류산업으로 탈바꿈했다. 소비자→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의민족, 요기요 등)→음식점→배달대행 플랫폼(바로고, 생각대로 등)→지역 배달업체→라이더 순서를 거쳐야만 비로소 소비자의 눈앞에 음식이 도달하게 된 것.

이 과정에서 배달대행 플랫폼은 막강한 1강(强) 업체 없이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곳이다. 배달대행 플랫폼은 많은 주문 건수를 확보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업체 등 기업 대 기업(B2B) 고객을 늘리고, 상점주·지역 배달업체·라이더들이 사용하는 배달 프로그램을 보다 고도화하는 것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 숙련된 라이더들을 보유하고 있는 지역 배달업체를 경쟁업체보다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느냐도 관건이다. 업계에선 월별 배달 건수를 기준으로 바로고·생각대로·만나플러스(7개 대행업체연합) 등이 '빅3'로 꼽힌다.

당장 경쟁업체를 제치고 점유율 1위를 공고히 하는 게 목표일 텐데, 바로고는 새로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이륜차보다 더 다양한 종류의 물품을 배달할 수 있는 륜차 배송, 상점주들에게 도심 속 공유주방을 임대해 주는 '도시주방', 창·폐업 단계에 상점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비즈니스 플랫폼 '든든상점'이 모두 이륜 배달대행업체로 알려져 있는 바로고의 신산업이다. 소비자와 상점을 보다 긴밀하게 연결하는 '초연결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것이 바로고의 구상인데, 이를 총괄하는 역할은 김희종 최고비즈니스책임자(Chief Business Officer·CBO) 겸 최고물류책임자(Chief Logistics Officer·CLO)에게 맡겨져 있다. 김 CBO 겸 CLO를 만나 바로고의 성장 전략을 자세히 들어봤다.

김희종 바로고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겸 최고물류책임자(CLO)가 지난 5월 18일 서울 강남구 바로고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김희종 바로고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 겸 최고물류책임자(CLO)가 지난 5월 18일 서울 강남구 바로고 본사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안다은 인턴기자

-물류회사의 CBO는 사실상 CLO와 다를 바 없을 것 같습니다. 실제 대형 물류회사들은 최고운영책임자(COO) 대신 CLO를 두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CBO와 CLO를 겸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륜차 배달대행 플랫폼에서 출발한 바로고는 '초연결 물류 생태계'라는 새로운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이에 따라 내부 조직도 유기적으로 연결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야 외부의 이해관계자들도 저희 생태계에 더 쉽게 편입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에 따라 CBO 산하에 법인영업그룹, 도시주방그룹, 상점플랫폼그룹을 배치했고, CLO 산하에는 이륜사업그룹, 사륜사업그룹을 두고 제가 CBO와 CLO를 겸직하고 있습니다. 총 5개 그룹과 18개 팀이 있고, 전체 임직원 3분의 1이 속해 있습니다."

-물류 비즈니스인 이륜사업과 사륜사업은 어떤 목표를 갖고 있나요?

"이륜사업은 현재 배달건수로 따져보면 바로고가 월별 1,900만여 건으로 업계 1위로 추정됩니다. 시장 점유율을 40%까지 끌어올려 업계 1위 위치를 다지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만, 이 과정에서 경쟁업체들과 지나친 출혈경쟁은 지양하고, 건강한 성장을 하려고 합니다. 사륜사업은 대기업 경쟁업체들이 존재하는 영역이지만, 심야배송·전담배송 등을 통해 스타트업도 충분히 틈새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단기적으로 차량 규모 300~400여 대, 매출 규모 100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고, 현재는 100여 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바로고에 합류 전 요기요, 메쉬코리아 등 배달업계에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습니다. 그런데 배달업은 팬데믹의 혜택을 받은 업종으로 여겨집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의 종료, 물가 상승으로 배달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데, 경쟁만 과열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외부에서 보면 팬데믹 당시 크게 늘었던 배달건수가 떨어지니 시장이 정체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길게 보면 배달 수요는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어요. 내부에서는 폭증했던 배달건수가 다시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또 아직까지 배달시장이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 충분히 존재합니다.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1만여 개에 달하는데요. 아직까지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브랜드가 여전히 많습니다. 산업별로 살펴봐도 배송 서비스는 아직까지 음식료나 화장품 등에 국한돼 있으며, 이제 막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에서도 배송 서비스가 시작된 단계입니다. 진출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물류시장 내 경쟁도 만만치 않은데, 상점 비즈니스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입니까?

"신산업 영역인 상점 관련 비즈니스는 사실 배달대행 사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상점주들은 저희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인 셈이고, 이들에게 유용한 서비스를 제공하면 다시 물류고객이 증가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인 셈이죠. 상점주를 위한 비즈니스 플랫폼인 '든든상점'은 창업과 폐업, 즉 상점의 생애주기에 맞춰 필요한 유용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한 곳에 모아 제공합니다. 회사 다니다가 정년 퇴임하고 음식점을 창업하고 싶은데 어디에 물어봐야 할까요? 상권 분석과 부동산 임대차계약, 내부 인테리어, 조리기구 및 가구 구매, 포스(POS)기 설치, 방역 서비스 신청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보니, 창업 과정에서 사기도 빈번하게 일어납니다. 저희는 든든상점을 통해 상점주가 업종과 예산만 정하면 규격에 맞춰 창업을 할 수 있게끔 돕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합니다. 올 8월 포스기 사업도 출시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도시주방' 사업 역시 배달대행 사업의 고객인 음식점들이 어떻게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일종의 연구소예요. 1호점 마포점을 시작으로 총 6호점까지 문을 열었고, 8호점까지 개점 예정입니다. 상점주들에게 공유주방을 임대해 조리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기업 고객 대상 도시락 배달 서비스, 케이터링 서비스 등을 연계해 매출 증진을 돕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도시주방'. 여러 상점들이 도심 속에 위치한 공유주방을 이용해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바로고 제공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에 위치한 '도시주방'. 여러 상점들이 도심 속에 위치한 공유주방을 이용해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바로고 제공

-여러 조직을 이끌어 나가려면 몸이 여러 개라도 모자랄 것 같은데요.

"저는 정규 회의체를 운영하지 않습니다. 스타트업은 빠른 의사결정이 핵심인데, 다음 회의를 기다리느라 의사결정을 미루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요. '일을 묵히지 말자'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대신 직원들에게 추진하고 있는 일을 함께 볼 수 있는 곳에 기록하게 하고, 행여나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일일 것 같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당시 쌓았던 경험이 물류업계에서도 통할 때가 있나요?

"약 6년간 제약 영업을 하면서 힘들게 일을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업할 때 항상 마음에 새겼던 신조가 있습니다. '돈·제품으로 흥하면 돈·제품으로 망하지만, 사람으로 흥하면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신약은 계속해서 출시되고, 고객들은 리베이트를 더 많이 제공하는 신약으로 얼마든지 갈아탈 수 있죠. 하지만 사람 대 사람으로 관계를 맺어 성공한 영업은 대체할 신약이 있어도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또 '상대방의 요구를 보지 말고, 그 뒤에 욕구를 보라'는 말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 때 그 이면에 있는 욕구를 들여다보면 영업은 통한다는 게 제 지론이죠."

-커리어의 정점에 다다르고 나면 아예 다른 삶을 살고 싶다고요.

"제약회사에서 일할 당시 깊은 관계를 맺은 의사들을 따라 해외 오지 의료 봉사를 다녔던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업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는데 나중에는 제가 좋아서 계속했죠. 그 뒤로 오지 여행에 깊이 빠졌고, 지금은 은퇴 후 여행작가로 살고 싶다는 꿈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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