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80원 깎고 경영계 30원 올렸지만
여전히 2480원 격차… 조속한 합의 난망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회의가 4일로 10번째를 맞이했지만, 여전히 노사가 제시하는 최저임금 요구안의 격차가 2,500원에 육박해 합의에 이르기는 난망한 상황이다. 특히 이날은 정부의 최저임금 결정 개입 의혹이 도마에 오르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지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제10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진행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인상폭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영계에 맞서 노동계는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2,000원은 돼야 한다는 노동자 10만여 명의 서명지를 전달하는 등 양측 의견은 계속 엇갈렸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정부가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1.4%로 예상되는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등 특수한 위기상황을 제외하면 1960년대 이후 가장 낮다"라며 "중소 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은 최저임금을 크게 인상하면 커다란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인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노조가 없는 30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곧 자신의 임금인상률이 되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이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고,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가계대출에 허덕이며 줄이고 줄여 세 끼를 두 끼로, 두 끼를 한 끼로 살아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양측은 이날 1차 수정안을 제출했다. 근로자위원은 최초 요구안(1만2,210원)보다 80원 줄어든 1만2,130원을, 사용자위원은 최초 요구안(동결·9,620원)보다 30원 오른 9,650원을 제시했다. 여전히 격차는 2,480원으로 상당히 큰 편이다. 통상 노사는 3, 4차에 걸쳐 수정안을 제출하고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들이 안을 내놓고 투표에 부치는 방식으로 최저임금 결정이 진행된다.
한편 노동계는 정부의 최저임금위원회 개입 의혹에 강력 반발했다. 앞서 한 경제지가 "최저임금은 1만 원을 넘지 않는 범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정부 고위 인사' 발언을 전한 보도를 놓고 "독립성 침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 노사공 위원이 심의해서 정해야 할 사안에 정부가 관여하고 있음이 사실상 드러났다"라며 "지금까지 사실상 정부가 최저임금위원회를 향해 모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희은 부위원장도 "경영계와 정부가 짜고 치는 판에서 공익위원들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이든 (임금) 수준이든 그 어떤 안도 제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공익위원 간사를 맡고 있는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가 "익명 보도되는 관계자 누구로부터도 영향을 받은 바 없고 받을 수도 없다"라며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하면서 공정한 조정자이자 결정의 당사자로서 노사 자율 합의에 이를 수 있도록 최종 순간까지 적극적 개입을 자제할 것"이라며 상황을 정리했지만, 이후 비공개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도마에 오르며 근로자위원은 물론 사용자위원까지 불편함을 숨기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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