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판타지 자극하는 인플루언서의 세계
화려함 뒤 숨겨둔 인간의 욕망 드러내는 SNS
'당신은 욕망에서 자유로운가' 질문 던지는 K콘텐츠
"저는 인플루언서 하고 있어요."
티빙의 위기부부 관찰 리얼리티 '결혼과 이혼 사이2'에서 한 출연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았다"는 다른 출연자의 자연스러운 호응이 이어진다. 인플루언서가 하나의 직업으로서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된 우리 사회의 단면이다.
최근 K드라마에서 가장 핫한 주인공은 단연 인플루언서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셀러브리티'에선 인플루언서의 세계를 전면에 내세운다. 평범한 직장인 아리(박규영)는 마치 신데렐라처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란 유리구두를 신고, 130만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로 성장한다.
동경하는 그 직업, 대중의 '판타지' 자극
인플루언서란 SNS에서 수십만, 혹은 그 이상의 구독자를 확보,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영향력을 발판으로 '걸어다니는 광고판'의 지위를 누린다. 구독자 100만 명을 넘긴 인플루언서의 평균 월수익은 1,996만 원에 달한다는 분석(인플루언서 분석업체 하이프오디터)도 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되면) 얼마까지 벌 수 있죠?"라는 아리의 질문에 홍보대행사 대표는 이렇게 반문한다. "돈은 너무 당연한 거고 세상이 당신을 어떻게 대할 것 같아요?"
초등학생들도 의사와 경찰관이 아닌 크리에이터(온라인 콘텐츠 제작자로 대부분 크리에이터들이 인플루언서로 활동)를 장래 희망으로 꼽을 정도로, 인플루언서는 선망의 대상이다. 325명의 인플루언서를 인터뷰한 책 '구독, 좋아요, 알림설정까지'의 정연욱 작가는 "부자이고 유명한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의 욕망이 있기에 대중문화도 관심을 갖는 것"이라며 "'나도 노력하면 인플루언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대중의 판타지도 자극한다"고 짚었다.
노골적인 욕망의 무대 SNS, 적나라한 인간성 드러내는 도구로
하지만 화려함 뒤엔 욕망이 숨어 있다. SNS의 양면성이다. ENA '행복배틀'에서 미호(이엘)는 자매인 유진(박효주)의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주변 인물들의 SNS 피드에서 하나씩 실마리를 찾아 간다. 명품과 남편, 자식 자랑이 넘쳐나는 게시물 사이엔 서로의 약점을 넌지시 공격하는 '저격글'이 숨어 있다. SNS 구독자 숫자는 여론전의 무기가 되기도 한다. "걔 팔로 숫자 너보다 훨씬 많아"라는 말 속엔 '넌 걔한테 상대가 안 된다'는 속뜻이 담겼다.
'행복배틀'의 주영하 작가는 "SNS에 추상적으로 행복을 전시하는 대가로 받는 현실의 고통은 매우 구체적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SNS는 우리 삶과 행복에 있어 도구일 뿐 우리의 행복을 결정할 수 없음을 말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너는 정말 달라?' 질문 던지는 K콘텐츠
K콘텐츠 속 이들의 모습은 결국 '우린 이 욕망에서 얼마나 자유로운가'에 대한 질문과 이어진다. '셀러브리티'엔 익명성에 가려 공격성을 드러내는 '악플러' 은채(김노진)가 등장한다. 쓰레기와 바퀴벌레가 가득한 집에서 살면서도 대여한 명품을 온몸에 휘감고, 온라인상에선 악플을 쏟아내고 여론을 조장하는 인물이다. 김철규 감독은 "(은채는) SNS상 사람들이 보이는 탐욕, 질투, 관음증, 익명성 뒤에 숨은 공격성이 한몸에 응축된 상징적 인물"이라면서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로, 평범한 우리 모두가 (은채처럼) 될 수 있다는 함의"라고 말했다. 아리 역의 배우 박규영도 "저랑 은채의 외모가 서로 닮았다"면서 "내가 증오한 사람이 나와 닮은 것을 보며 '혹시 나는 누구에게 이런 행위를 하지는 않았던가' 돌아보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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