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기준법 미적용 사업장 부당대우 고발
"누군가 길에서 욕을 하거나 메신저에서 괴롭히면 법이 지켜줍니다. 그런데 왜 직장에서는 상시 근로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보호받지 못하는 걸까요."
커피 로스팅 회사에서 해고당한 A씨가 사연을 읽다가 눈물을 왈칵 쏟았다. A씨는 회사를 다니던 9개월 동안 대표로부터 "머리로 생각하고 일하냐" "한국어를 왜 이렇게 못하냐. 육하원칙에 따라 말하라"는 식의 모욕을 일상적으로 들어야 했다. 용기를 내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돌아온 것은 불이익뿐. 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이라 해고가 자유롭다"며 조롱 섞인 위협까지 퍼부었다.
직장갑질119는 4일 오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대한민국 5인 미만 직장인 성토대회'를 개최했다.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무차별 해고, 직장 내 괴롭힘, 임금 체불 경험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이들은 "노동자 보호를 위한 법이 직원 수를 기준으로 차별 적용돼선 안 된다"며 정부와 여당에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주장했다.
5인 미만 사업장 직장인들 "우리도 사람이다"
고용노동부 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인 미만 사업장 종사자 수는 313만8,284명으로 전체 종사자의 17%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현행 근로기준법은 해고, 직장 내 괴롭힘, 수당, 연차 등 근로 조건과 직결되는 주요 조항을 5인 이상 사업장에 한해 적용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서 노동자들은 사업주가 근로기준법 미적용 상황을 악용하고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학원강사 B씨는 "건강보험료 미납 독촉장이 날아와 체납분을 지불해달라고 하니, 갑자기 해고예고통지서를 서면으로 보냈다"면서 "명백한 부당해고였지만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없었고, 원장은 '5인 미만 사업장이라 문제 될 게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열악한 노동환경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단체가 이날 공개한 직장인 1,000명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들 사업장 노동자가 실직을 경험한 비율은 18.3%로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9.9%)의 2배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56.5%로 대기업(41.9%)보다 15%포인트 높았다. 유급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쓴다는 응답 역시 대기업(81.3%)보다 한참 낮은 56.7%였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을 모든 사업장에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 단체는 "정부와 국회가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면서도 구체적 실행 방안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며 사실상 희망고문을 이어가고 있다"며 "헌법 정신에 입각한 근로기준법의 전면 적용으로 인간 존엄성을 지키고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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