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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지도 않는데 공공성 훼손 논란까지… 기로에 선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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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팔리지도 않는데 공공성 훼손 논란까지… 기로에 선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

입력
2023.07.11 04: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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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통공사 입찰서 26개 역 줄줄이 유찰
인천시, 입찰 조건 완화했지만 참여도 낮아
발산역 탈락 병원, "단순 입찰가 결정 부당"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 SC제일은행 회사의 이름이 병기돼 있다. 뉴시스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에 SC제일은행 회사의 이름이 병기돼 있다. 뉴시스

지하철 운영사들이 적자 구조 개선을 위해 시행 중인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사업’이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경기 침체 등이 주요 원인이긴 하지만 서울지하철 역명 입찰에서 떨어진 한 대학종합병원은 서울교통공사가 수익성만 중요시한다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공공성 훼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인천 역명 병기 참여도 저조

1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21일까지 진행된 ‘서울지하철 1~8호선 역명 병기 유상 판매’ 입찰 결과 28개 역 중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과 7호선 보라매역만 낙찰됐다. 입찰을 포기한 기업 가운덴 2017년부터 줄곧 1호선 종각역을 사용해 온 SC제일은행도 포함돼 있다.

역명 병기는 지하철역 이름에 기업이나 기관 이름을 병기하는 사업이다. 교통공사는 2016년부터 실시했는데 서울 시내의 경우 역에서 1km, 시외는 2km 이내에 위치한 기업ㆍ기관ㆍ병원이어야 한다. 한 번 선정되면 3년 동안 부역명으로 표기되고, 재입찰 없이 1번 계약 연장을 할 수 있다. 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지하철역 275곳 중 107곳이 역명 병기를 하고 있는데 65곳은 공공기관 등에 무상 제공, 나머지 42곳이 유상 판매다. 교통공사는 지난 4일 강남역과 홍대입구역 등 유찰된 26개 역사에 대해 재입찰을 공고했지만 참여도가 얼마나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 지하철뿐 아니라 2007년부터 일찌감치 부역명 판매를 시작한 인천시의 고민도 깊다.

서울지하철 7호선 중 인천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인천 구간 4개 역(삼산체육관ㆍ굴포천ㆍ부평구청ㆍ산곡)에 대해 올해 3월 입찰이 진행됐는데 부평구청역만 입찰자가 나왔다. 인천교통공사 관계자는 “입찰자가 없는 역은 주변 업체를 상대로 마케팅을 진행 중”이라며 "참여 유도를 위해 역에서 다소 거리가 있는 기관까지도 열어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교통공사는 당초 역에서 1㎞ 이내 기관ㆍ기업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조건을 이미 10년 전 2㎞ 이내로 완화한 바 있다.

돈만 많으면 역명 독점? 논란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전경. 김재현 기자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전경. 김재현 기자

대표적인 대중교통이자 공공재인 지하철 역명 병기 사업을 수익성만 고려한 최고가 낙찰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여전하다.

실제 이번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입찰에서 탈락한 이대서울병원은 이 같은 이유를 들어 반발하고 있다. 발산역의 최저 입찰가는 2억3,095만 원. 이 역에서 300여m 떨어진 한 정형외과가 3억1,000여만 원을 써 최종 낙찰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서울병원이 얼마를 써 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두 병원의 입찰가 차이는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서울병원 관계자는 “1,000개 이상의 병상을 보유한 지역 대표 의료기관으로 자리 잡았는데, 단순 입찰가로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병원을 찾는 시민들에게도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은 이의 제기와 더불어 가처분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8번 출구를 나서면 강서구 마곡동 이대서울병원과 바로 연결된다. 김재현 기자

서울지하철 5호선 발산역 8번 출구를 나서면 강서구 마곡동 이대서울병원과 바로 연결된다. 김재현 기자

애초 해당 정형외과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도 조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당초 의료기관의 입찰 조건은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 △전문병원 △150개 병상 이상 보유였지만 2년 전 ‘의료법에서 정한 의료기관’으로 확대되면서 70여 개의 병상을 보유한 정형외과도 입찰 자격이 생겼다. 지난해 6월에도 한 대형 안과가 서울지하철 7호선 논현역 입찰에 참여해 최저 입찰가인 2억9,000만 원보다 3배 이상 높은 9억 원에 낙찰돼 돈을 많이 베팅한 기관이 역명을 독점하는 것이 온당한 것이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통공사, '공공성 강화 방안' 마련

계속된 문제 제기에 교통공사도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일단 병기 역명 심의위원회의 외부 전문가 참여 인원을 기존 3명에서 5명으로 늘려 투명성을 높이고, 삭제됐던 병원 150개 병상 이상 병원만 입찰 가능하단 조건을 재적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 중이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역명 판매로 인한 수익이 운영 적자 해결에 도움이 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적은 돈에 역명이 갖는 공공성을 등한시하는 정책을 계속 시행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해 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김재현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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