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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적으로 만드는 상대평가

입력
2023.07.04 22: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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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 MS CEO

사티아 나델라 MS CEO

2000년부터 쇠락의 길을 걸었던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활을 시작한 시점은 2014년 제3대 최고경영자(CEO)인 사티아 나델라가 취임하면서부터였다. 그는 1992년 MS에 입사하여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그룹 담당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전임 CEO였던 스티브 발머가 경영부진으로 퇴임하자 신임 CEO로 지목되었다. 그는 운영체제(OS)에 의존했던 MS를 모바일 클라우드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체질 개선한 최고의 리더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무엇으로 MS 부활을 이끌었을까?

스티브 발머 시절의 MS는 부정적인 사내정치가 만연하고 관료주의적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스택랭킹(Stack Ranking)'이라는 평가 시스템이었다. 이는 1980년대 GE의 잭 웰치가 고안한 평가 시스템으로 직원들을 정해진 비율에 따라 최고, 양호, 평균, 빈약 등급으로 분류하고 고성과자는 포상하고 저성과자는 해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상대평가 시스템에서는 팀이 탁월한 성과를 만들어도 누군가는 최하위가 되고 해고를 피할 수 없었다. 한 전직 MS 엔지니어는 "내가 MS에서 배운 것은 동료들이 내 등급을 앞지르지 못할 정도의 정보만 제공하면서도 아무것도 숨기는 것 없는 것처럼 예의 바르게 보이는 방법이었다"고 고백했다.

나델라는 CEO로 취임 후 평가시스템을 뜯어고쳤다. 스택랭킹을 폐지하고 절대평가로 바꾸고 평가에 따른 보상도 관리자에게 위임했다. 평가의 중요 요소에 '동료와의 관계'를 포함시키고 자신의 성과를 어필할 때는 팀원들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동료의 업무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언급하게 했다. 직원들 사이의 소통과 피드백을 독려하기 위해서 '관점(Perspectives)'이라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MS의 부활 비결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그 핵심은 평가시스템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상대평가는 직원들의 성과를 여러 등급으로 나누어 강제 배분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나쁜 등급을 받지 않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다수 직원들이 실제 성과나 역량에 부합하지 않는 평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고, 이로 인해 직원들 간의 이기주의를 부추기고 협업 동기가 약화된다. 이런 이유로 GE, MS, 액센추어와 같은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LG전자와 같은 국내 기업도 상대평가를 버리고 절대평가로 전환한 바 있다.

필자는 올해 처음으로 학생들에게 상대평가로 학점을 부여했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는 절대평가였는데 올해 전면적 대면수업이 진행되면서 평가 시스템이 전환된 것이다. 학점은 한 학기 동안 열심히 달려온 학생들이 받는 성과평가다. 더 높은 학점을 받을 자격이 있는 학생들에게 낮은 학점을 부과하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 점수에 따라 등급 전쟁을 치르고 들어온 대학교에서도 '노력해도 안 된다'는 자괴감을 경험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내부 경쟁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로 소통해 함께 성과를 만들어 내는 협업문화다. 필자는 학생들이 이러한 문화의 가치를 대학에서부터 경험하길 바란다. 서로를 적으로 만드는 상대평가는 이제 그만해야 할 때다.


유재경 국민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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