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쪽샘 유적 발굴 10년 만에 마무리
비단벌레 날개를 금동실로 수놓은 금동제 나뭇잎 모양 장식 400여 점. 지난 2020년 경북 경주시 쪽샘지구 신라 고분 44호(쪽샘 44호분)에서 발굴된 비단벌레 금동장식의 비밀이 벗겨졌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4일 경주시 서라벌문화회관에서 쪽샘 44호분 발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 장식들이 이 무덤에서 나온 대나무 재질 직물 말다래의 일부라고 밝혔다. 말다래는 말을 탄 사람에게 흙이 튀지 않도록 말안장 양쪽에 늘어뜨리는 판이다.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이번 발굴은 올해로 10년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5세기 후반기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쪽샘 44호분에서는 ‘비단벌레 장식 죽심 말다래’를 비롯해 금동관, 금동신발, 바둑돌 등이 피장자가 착용하고 묻힌 듯한 형태로 사람의 형상을 따라서 발굴됐다. 출토 유물은 780점에 달한다.
‘비단벌레 장식 죽심 말다래’는 말다래를 비단벌레 금동장식을 중심으로 제작한 첫 사례다. 쪽샘 44호분의 비단벌레 금동장식은 비단벌레 날개 한 쌍을 올린 금동제 나뭇잎 모양 장식 4점을 사방으로 놓고 그 중앙에 금동 영락(瓔珞·달개) 장식을 배치해 하나의 꽃잎 모양을 만들어냈다. 쪽샘 44호분 말다래에는 꽃잎 형태의 장식이 두 장의 직물에 각각 50개씩 총 100개나 붙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의 심현철 특별연구관은 “비단벌레 금동장식을 십자 형태로 만들고 이를 장식한 말다래는 신라 고분에서는 처음으로 확인됐고 이러한 모티브(중심 무늬)가 경주 주변으로 퍼져나간 현상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최장미 학예연구관은 “쪽샘 44호분 이전에 발견된 말다래는 모두 천마도가 모티브였다”고 부연했다.
금동관과 금동신발 내부에 덧댄 것으로 추정되는 직물들이 출토된 것도 처음이다. 이러한 유물들은 가루처럼 부서진 형태로 발견됐는데 연구진은 이를 현미경으로 분석해 그 구조까지 파악해냈고 직물 전문가와 함께 전통 방식으로 직물을 제작해 공개했다. 금동관 안에서는 마직물, 견직물 등 다양한 직물이 확인됐는데 특히 홍색(꼭두서니 염색), 자색(자초 염색), 황색(원료 미상) 등 다양한 염료를 사용한 세 가지의 삼색경금을 쓴 사실이 드러났다. 삼색경금은 세 가지 색실을 사용해 무늬를 만들어내는 직물로 최상위 계층이 묻힌 고분에서만 확인된다.
삼국시대 고분에서 삼색경금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금동신발에서 출토된 산양털로 실을 만들어 제작한 모직물은 현대 기술로도 복원하기가 어려워 결국 양모를 섞어서 실을 제작했다. 정인태 학예연구사는 “고대 신발에서 산양털이 확인된 최초의 사례”라면서 “향후 고대 복식사 연구에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쪽샘 44호분의 주인은 누구일까? 연구소에 따르면 이 고분은 10세 전후에 사망한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금동관이나 반지, 팔찌 등이 출토된 위치로 판단할 때 피장자의 키가 130㎝ 정도로 보이기 때문이다. 연구소는 앞서 무덤 주인의 키를 150㎝ 전후로 봤으나 지금까지 나온 연구·조사 결과를 반영하면 키가 더 작고, 어린 여성일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연구소는 금동관 주변에서 발견된 머리카락 다발과 그것을 둘러싼 직물의 흔적을 토대로 피장자의 머리 모양까지 추정해냈다. 머리카락 다발은 5, 6개 묶음이 직물에 묶인 형태로 볼 때 머리를 땋거나 붙이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머리 장식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 머리카락이 부식되지 않고 출토된 것은 드문 사례고 무엇보다 머리 장식의 일부로 볼 수 있는 유물이 벽화가 아니라 실물 자료로 나온 것도 처음이다.
이밖에 공주와 함께 묻힌 순장자도 최소 4명에서 최대 6명까지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주가 안치됐을 목곽 주변의 공간에는 대개 고분에서 사람의 상반신을 덮는 운모들이 꽃잎처럼 흩뿌려져 있고 또 여기에서 귀걸이가 네 쌍(한 쌍은 한쪽만 발견) 발견됐다. 쪽샘 44호분 발굴은 유적지 전체를 반구 형태의 건축물(쪽샘 유적 발굴관)로 덮고 일반인에게도 현장을 상시 공개한 국내 유일한 사례다. 이번에 언론에 먼저 공개된 보존 처리를 마친 토기 종류의 유물은 12일까지 쪽샘 유적 발굴관에 출토된 당시의 모습 그대로 공개한다. 이번 발굴 조사에서는 봉분의 건축 방법과 재료의 산지까지도 파악이 됐는데 연구소는 올해 하반기부터 앞으로 2년 동안 고분을 발굴한 역순으로 실제로 고분을 건축하는 축조 복원 실험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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