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리더 3인이 말하는 한국 우주과학의 길
"한국 과학기술계에 다양성을 허(許)하라."
세계 우주과학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리더 3인방이 4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에 모여 머리를 맞댔다. 김영기 미국 시카고대 물리학과 교수, 서은숙 미국 메릴랜드대 물리학과 교수, 김경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우주자원개발센터장은 "과학계에서 예측할 수 없는 획기적인 성과, 소위 '대박'은 다양성을 허용할 때 나온다"며 한국이 우주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다양한 기초과학·기술 분야의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교육 문화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 모아 말했다.
이들은 이날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개최한 '우주자원 탐사·개발 네트워크 포럼'에 참석했다. 달과 화성, 소행성 등 우주의 주인 없는 자원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 학계 등 40개 기관 관계자들이 한데 모여 공동연구와 협력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포럼의 핵심은 이들 3인방의 토론회였다.
'충돌의 여왕'이라 불리는 김영기 교수는 실험 입자물리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으로 내년 1월 한국인 최초로 미국물리학회장을 맡는다. 서은숙 교수는 고에너지 우주선(cosmic rays) 연구의 대가로, 우주정거장에 검출기를 띄워 암흑물질의 근원을 규명하는 '크림(CREAM)' 프로젝트의 총괄 책임자다. 김경자 센터장은 올해 신설된 우주자원개발센터의 초대 센터장으로, 지난해 우주로 올라간 국산 달 궤도선 '다누리'에 탑재된 감마선분광기를 개발했다.
이들은 우주 탐사에 나서야 하는 이유로 '호기심'과 '인류 생존을 위한 당위성'을 꼽았다. 서 교수는 "누구나 어렸을 때 별을 보면서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하는 물음을 던지며 우주의 신비를 동경하는 마음을 갖는다"면서 "지금까지는 먹고살기 위해 집과 직장만 왔다갔다 했다면, 이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바라보며 풍성한 삶을 살 수 있고, 그래야 하는 때가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 또한 "나사(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과 문 투 마르스(Moon to Mars) 계획에서 보듯, 인간의 시선은 달에서 화성으로, 화성에서 태양계 전체로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며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빠르게 변한다"고 전했다.
다누리부터 최근 3차 발사에 성공한 누리호까지 잇따른 성과로 '7대 우주 강국'의 발판을 마련했다지만 아직 한국 우주과학 앞에는 가시밭길이 놓여 있다. 당장 우주항공청 설립도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는다. 여성 리더들은 우주강국이 되기 위한 경쟁력으로 '다양한 분야, 다양한 성격의 인재 육성'을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다. 기존의 방법론을 거부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유인로켓을 개발, 1회 발사 비용을 나사 우주왕복선의 30분의 1 수준으로 낮추며 우주 탐사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서 교수는 "한국의 장점이자 단점이 획일성"이라며 "어릴 때부터 남들과 달라도 된다는 인식과 달라지려는 노력을 할 수 있는 문화가 형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도 "그때그때 유행하는 분야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어느 분야가 주목을 받으면 언제든지 치고 나갈 준비가 돼 있는 건강한 과학생태계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기초·응용과학의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성과 포용성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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