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군기지에서 병사 때리면 처벌 못 해?... 대법원 "처벌 가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군기지에서 병사 때리면 처벌 못 해?... 대법원 "처벌 가능"

입력
2023.07.03 14:48
수정
2023.07.03 15:31
0 0

외국군 기지라 해도 군형법상 군사기지
피해자 처벌 의사 무관하게 유죄 가능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청사.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8년 당시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장이었던 육군 대령 A씨는 경기 평택시 미군기지에서 지원단 소속(카투사) 병사 B씨와 마주쳤다. B씨가 자신에게 경례를 하지 않고 지나가자, A씨는 B씨를 불러세워 그의 왼쪽 뺨을 여러 차례 툭툭 치면서 경고를 줬다. 이 사실이 드러나자 군검찰은 A씨에게 군형법상 폭행죄를 적용해 군사재판에 넘겼다.

1심 군사법원은 A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고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피해자인 병사B씨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지만 소용 없었다. 일반 형법이 적용되는 민간재판이었다면 처벌불원 의사가 전달되면 공소기각 판결이 나와야 했겠지만, 군형법에선 '군사기지' 안에서 폭행이 이뤄지는 경우 피해자 의사와 상관없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군형법이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하지 않는 가혹 행위가 있었어도 상관의 압박으로 합의할 수밖에 없는 군대의 수직적 문화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2심인 고등군사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2심법원은 군형법상 군사기지를 1심과 달리 좁게 해석했다. 사건 발생 장소는 국군부대 영내가 아니라 주한미군 기지인데, 이는 외국인이 주둔하는 기지라 군형법상 군사기지로 해석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군형법이 적용될 수 없다면, 일반 형법에 따라 반의사불벌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2심은 1심 판결을 깨고 공소기각 판결을 내렸다.

1·2심이 이렇게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은 상황. 이번에 대법원은 1심 쪽의 손을 들어주며 원심(2심)을 파기하고 이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보냈다. 군사기지는 '군사작전 수행의 근거지'일 뿐이지 꼭 대한민국 영토 안에 있어야 하거나 외국군의 군사기지여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찾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원래 고등군사법원으로 파기환송해야 하지만, 개정된 군사법원법(2심부터 민간법원으로 이관)에 따라 민간법원인 서울고법에 이 사건을 파기이송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건 범행 장소는 국군이 군사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근거지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며 "비로 외국군의 군사기지라고 하더라도 그 곳에서 군인을 폭행했다면 대한민국의 영토인지, 외국군의 군사기지인지 등과 관계없이 형법상 반의사불벌죄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한국군지원단은 육군 소속이면서 미8군에 편제된 특수한 부대다.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이 사건을 서울고법에 다시 맡김에 따라, 서울고법 파기이송심에서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박준규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