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아니면 저예산 작품…영화 시장의 양극화
'악마들' 오대환 "누군가에겐 기회의 코로나19"
코로나19의 유행은 우리에게서 많은 것들을 앗아갔다. 감염자들의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은 물론 일상에서의 자유도 많은 부분 사라졌다. 연예계 또한 타격이 컸다. 스타가 관객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무대가 크게 줄었고 개봉을 미루는 작품도 많았다. 그러나 코로나19는 일부 배우에겐 기회를 줬다.
최근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시장이 양극화됐다고 말한다. 대부분 대작 아니면 저예산 영화라는 의미다.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밀수'와 '더 문'은 제작비가 각각 175억 원, 286억 원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정우 주지훈이 출연하는 '비공식작전',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이 등장하는 '콘크리트 유토피아'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불러 모으고 있는 대작들이다. 반면 저예산 영화들도 많다. 오는 5일 개봉하는 '악마들'이 적은 예산으로 촬영된 대표적인 작품이다. '화란'은 최근 76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모았다. '화란' 또한 저예산 영화인데 송중기가 노 개런티로 출연했다.
코로나19의 유행은 양극화가 나타나는 데 영향을 미쳤다. 극장을 찾는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작아졌고 작품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었다. 성공 가능성이 높은 영화에만 투자금이 집중되면서 신작은 대부분 대작 아니면 저예산 영화로 나뉘기 시작했다. 관계자들은 그 사이에 위치하는 작품들의 수가 적다는 점과 관련해 우려를 내비쳐왔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법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러한 상황이 기회가 됐다.
일부 배우들은 주연으로 발탁되면서 더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스타는 '믿고 보는 조연'으로 불렸던 오대환이다. 그는 액션 스릴러 영화 '악마들'에서 장동윤 최귀화 장재호와 함께 주연으로 발탁됐다. 오대환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영화 시장이 여전히 어렵다. 대작 아니면 다 작은 영화다. 작은 영화 중 콘텐츠, 시나리오가 좋은 게 많다. 그런데 예산이 적다 보니 주인공 많이 하셨던 분들이 하기엔 애매한 사이즈다. 진짜 출연하고 싶으면 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이 드물 거다. 나 같은 후배들에게 기회가 오는 듯하다. 다들 힘든 시기를 겪었겠지만 누군가에겐 기회의 코로나19일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조연으로 주로 활동해왔던 배우들은 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새로운 역량을 뽐냈다.
물론 주연을 여러 차례 소화했던 배우들 중에도 저예산 영화 출연을 결심하는 이들이 있다. 송중기는 '화란'에 대한 애정을 갖고 노 개런티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촬영을 마치며 "한국 영화에서 꼭 만들어져야만 하는, 그만한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됐고 이런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순제작비가 30억 원으로 알려져 있는 또 다른 저예산 영화 '멍뭉이'에는 차태현과 유연석이 출연했다. 유연석은 작품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멍뭉이'가 주는 메시지와 의미를 느끼고 나니 대본을 돌려보낼 수가 없더라.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안 하겠다고 말하는 게 강아지들을 거절하는 것과 같은 의미인 듯 느껴졌다"고 말했다.
많아진 저예산 영화는 일부 배우들에겐 기회를 줬다. 또한 주인공을 여러 차례 소화해왔던 스타들의 과감한 출연 결정에 작품이 지닌 의미가 더욱 빛나게 됐다. 코로나19가 모두에게 아픔을 남긴 상황 속에서 작게나마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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