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아 수년째 '개점휴업' 상태
인근 광주 민간공항, 새만금 국제공항 착공
전남도·광주시 군 공항 이전 놓고 온도 차이
지역민들 "군·민간공항 통합해야" 공감대
“국제선 출발 시간 2시간 전에만 오픈합니다.”
지난 2일 전남 무안에 위치한 무안국제공항 안에 있는 유일한 식당에 붙은 안내문이다. 이날 무한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항공편은 오후 1시 제주도행 비행기 딱 하나뿐이었고 공항 이용객은 5명에 불과했다. 국제선 항공편이 없으니 식당도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년째 ‘유령 공항’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입점 업체들이 모조리 철수했는데 마지막 남은 식당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공항 내 다른 구역도 적막했다. 전기료를 아낄 요량인지 탑승 수속 창구엔 불이 꺼져 어두컴컴했고, 짐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도 멈춰 있었다. 3,000억 원 넘는 돈을 들여 2007년 개항한 전라도의 유일한 국제공항의 씁쓸한 ‘현주소’였다.
30분 거리에 광주 민간공항
무안공항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2019년 89만5,410명에 달했던 이용객은 2021년 2만9,394명까지 폭락했다. 코로나19 엔데믹과 함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6월까지 이용객도 8만5,135명에 불과하다.
무안공항을 살리기 위한 노력이 없는 건 아니다. 광주 송정역에서 목포역에 이르는 77.8㎞ 구간의 고속열차가 무안공항을 지나도록 하는 방안이 그중 하나다. 공항 내 주차장 부지에 역사를 설치하는 공사가 지난해 9월부터 진행 중이다. 2조5,759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으로 2025년 12월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492억 원을 들여 공항 내 활주로를 2,800m에서 3,160m로 연장하는 공사도 병행되고 있다. 2019년부터 3년간 사업비 388억 원을 투입해 리모델링까지 마쳤다.
그러나 연이은 기반 시설 확충이 공항의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항공사들이 무안공항 취항을 꺼린다는 점이다. 항공편이 없으니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고, 이용객이 없으니 다시 항공사들도 취항하지 않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되고 있다. 무안공항이 이처럼 ‘애물단지’로 전락한 원인 중 하나는 차로 불과 30분 거리에 광주 민간공항이 있기 때문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수차례 항공사들을 찾아 정기노선 취항을 설득했지만 광주 민간공항이 있다며 모두 고개를 내젓는 형편”이라고 한탄했다.
새만금 국제공항 6년 뒤 개항
곧이어 또 다른 경쟁자도 등장할 전망이다. 무안에서 차로 한 시간 거리인 전북 군산에 2029년 새만금 국제공항이 들어선다. 새만금 국제공항은 인근 군산공항과 통합까지 추진되는 등 신공항이 들어서면 무안공항의 수익성은 더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남도는 무안공항과 광주 민간공항의 통합을 추진하지만 여기에 또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광주 민간공항은 군항기가 뜨고 내리는 군 공항을 겸하고 있는데 군 공항 이전을 두고 전남도와 광주시가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남도는 군 공항과 광주 민간공항을 한꺼번에 무안공항으로 통합하려는 반면 광주시는 일단 군 공항을 지역 내에 유치한 뒤 광주 민간공항은 따로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광주시는 군 공항 유치 지역에 1조 원을 지급하겠단 ‘통 큰 지원책’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전남도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광주시의 발표문에는 무안공항 활성화를 위해 군 공항 문제가 해결되면 바로 광주 민간공항을 이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역민들 "군·민간공항 통합 이전해야"
광주·전남 시민들 사이에선 광주 군 공항과 민간공항이 빨리 무안공항으로 통합돼야 한단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최근 지역 언론사들이 공동으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군 공항 이전지를 조사한 결과, 광주와 전남 모두 무안 지역을 1순위로 선택했다.
무안공항 인근에 사는 주민 A(61)씨는 “무안 발전의 축은 무안공항 활성화인데 지역의 지도자들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안 남악 신도시 주민 B(42)씨도 “무안군이 군 공항과 광주 민간공항 이전에 동의한 뒤 정부에 시 승격과 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발전을 앞당기는 통 큰 사업을 요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주 시민들의 의견도 비슷하다. 상무 지구에 사는 최영동(51)씨는 “군 공항과 민간공항의 무안 이전으로 광주시가 큰 이득을 보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민간공항을 담보로 전남도민을 우롱하는 것은 잘못된 처사”라고 쓴소리를 했다. 또 다른 시민 박모(39)씨도 “주차장도 비좁은 광주 민간공항보다는 주차비 없고 널찍한 무안공항으로 하루빨리 민간공항이 이전되는 것이 맞다”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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