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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만 명 밥줄 달렸다"...'중간착취 방지법' 내년 5월까지 국회 통과해야

입력
2023.07.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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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착취의 지옥도, 그 후]
<55>'중간착취 방지법' 10문10답
21대 국회 내년 5월까지... 통과 안 되면 폐기

한 은행 경비원의 월급 명세서. 2011년 실지급액 132만 원이던 월급은 2020년 191만 원으로, 10년 동안 겨우 59만 원 올랐다. 경비용역업체들은 은행이 경비원 몫으로 준 인건비를 중간에서 착복, 경비원들에게는 최저임금만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 은행 경비원의 월급 명세서. 2011년 실지급액 132만 원이던 월급은 2020년 191만 원으로, 10년 동안 겨우 59만 원 올랐다. 경비용역업체들은 은행이 경비원 몫으로 준 인건비를 중간에서 착복, 경비원들에게는 최저임금만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년 전 한국일보 보도로 간접고용 노동자의 중간착취 실태가 드러나면서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지만, 정작 단 한 건도 입법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5월 '중간착취 방지법' 상반기 중 처리를 약속했지만, 약속은 실현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를 접기엔 아직 이릅니다. 21대 국회가 종료되는 내년 5월 전 법이 통과되면 346만 명으로 추산(2019년 기준)되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온전한 노동의 대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간착취 방지법'의 탄생과 현재, 앞으로의 운명까지 10문10답으로 짚어봅니다.


① '중간착취 방지법'이 무엇인가요.

=국회의원 5명이 2021년 발의한 근로기준법·파견법 개정안 등 8건의 법안을 말합니다. 용역·파견업체가 원청이 준 노동자의 몫을 가로채지 못하게 막는 여러 보호장치가 들어 있습니다. 앞서 한국일보는 용역·파견 근로자 100명을 인터뷰한 ‘중간착취 지옥도’ 기사에서 심각한 중간착취 실태를 보도했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환노위) 소속 의원들에게 이를 바로잡을 법안을 제안했습니다. 이에 공감해 법을 발의한 의원 5명은 강민정(발의 당시 열린민주당) 박대수(국민의힘) 윤미향(무소속) 윤준병(민주당) 이수진(민주당/비례) 의원입니다.


② 이 법으로 어떻게 막나요.

=중간착취 방지법에는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습니다. (1)원청이 용역 노동자들의 전용계좌에 임금을 바로 지급해 용역업체가 손댈 수 없게 하자는 법안 (2)공공부문에서 발주하는 사업부터 임금직접지급제를 도입하자는 법안 (3)파견업체가 떼는 수수료에 상한을 정하자는 법안 (4)원청이 파견노동자에게 주도록 정한 임금을 근로계약서에 명시해 업체가 제멋대로 떼먹지 못하게 하는 법안 등입니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세부 내용은 바뀔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과된다면 월급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별관에서 '파견법 25년 특별기자회견, 무한 중간착취의 나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지혜 기자

직장갑질119가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 별관에서 '파견법 25년 특별기자회견, 무한 중간착취의 나라'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지혜 기자


③ 지금은 중간착취를 막을 법이 없나요.

=없습니다. 1998년 외환위기로 파견법(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중간착취도 사실상 합법화됐습니다. 근로기준법 9조(중간착취의 배제)는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익을 취하지 못한다’고 돼 있지만 사문화된 거죠. 파견법 시행 후 급속도로 늘어난 용역·파견 등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25년 동안 월급을 보호받지 못한 채 일해 왔습니다.


④ 중간착취가 사라지면 월급이 얼마나 오르나요.

=떼먹는 돈이 업종, 업체마다 제각각이라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저희가 노동자 100명을 인터뷰해보니 매월 수십만~수백만 원씩 떼이는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또 고용노동부가 한국노동법학회에 의뢰한 '파견근로계약에 관한 실태조사'(2021년)에 따르면, 파견업체들은 노동자 1명당 월평균 12만 원의 인건비를 가로챘습니다. 최근 한국일보가 인터뷰한 한 음식물쓰레기 수거 용역업체의 환경미화원은 6월부터 원청이 준 급여를 온전히 받았습니다. 그랬더니 전보다 급여가 약 82만 원 오르고 식대가 14만 원 추가돼 월급이 100만 원 가까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중간착취 막았더니, 환경미화원 월급 80만 원 올랐다' 기사 보기)


⑤ 회사에서 얼마를 떼는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알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용역·파견업체는 원청과 사업계약을 맺고 정해진 인건비를 받지만, 노동자들에게는 근로계약서상 임금(대개는 최저임금)만 줍니다. 원청에서 인건비로 얼마를 받는지는 업체만 압니다. 단, 파견근로자는 파견법상 파견업체에 ‘파견 대가’(원청이 파견업체에 준 임금, 4대 보험료, 퇴직금, 파견회사 이익금 등) 내역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의 조항을 아는 노동자가 거의 없어 실효성이 없습니다.

국민적 공분을 샀던 산업재해 사망자인 김용균씨(태안화력발전소 하청업체 노동자·2018년 사망)와 구의역 김군(서울메트로 협력업체 노동자·2016년 사망)은 임금 중간착취 피해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중간착취도 사망 후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벌어져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월급이 100만 원 가까이 오른 환경미화원은 노조가 용역업체 내부 문건을 입수해 중간착취 사실을 밝혀내 바로잡았지만, 매우 드문 사례입니다.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 지급한 중급숙련기술자 1인당 직접노무비는 월 522만 원이다.(위 사진) '직접노무비'는 하청업체가 노동자에게 전액 지급해야 하는 순수 인건비다. 하지만 김용균씨가 2018년 11월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은 211만 원뿐이었다.(아래 사진) 4대 보험료 등을 제하더라도 하청업체를 거치며 300만 원 가까이 사라졌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한국서부발전이 하청업체에 지급한 중급숙련기술자 1인당 직접노무비는 월 522만 원이다.(위 사진) '직접노무비'는 하청업체가 노동자에게 전액 지급해야 하는 순수 인건비다. 하지만 김용균씨가 2018년 11월 마지막으로 받은 월급은 211만 원뿐이었다.(아래 사진) 4대 보험료 등을 제하더라도 하청업체를 거치며 300만 원 가까이 사라졌다. 공공운수노조 제공

⑥ 국회에서는 얼마나 논의가 됐나요.

=2년 동안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법안이 논의되려면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 심사 안건으로 상정돼야 합니다. 무수한 법안 중 어떤 법안을 상정할지 결정하는 건 환노위 여야 간사이고요. 법안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높거나 각 당이 전략적으로 미는 법안들이 채택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난 2년간 국회 관계자들에게 “왜 중간착취 방지법은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느냐”고 숱하게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여야를 막론하고 항상 돌아오는 대답이 있었습니다. “지금 워낙 시급한 법안이 많아서요.”


⑦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민주당 관계자들은 “안건으로 올리려고 노력했지만 국민의힘 측과 협의가 잘 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국민의힘 환노위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2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원청이 전용계좌로 임금을 지급하는 법안에 대해 “근로자를 보호하자는 목적이나 취지에는 동의한다”면서도 “민법 상 계약의 자유 원칙이나 다른 법과의 정합성 문제 등은 미리 살펴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임 의원은 2021년 12월에도 본보에 “쟁점 법안에 대해 이해관계자들과 얘기하고 설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⑧ 법안에 주목하는 의원들도 있나요.

=올해 초까지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1월 김성환 민주당 당시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 법을 “민주당 노동개혁 중 핵심 사안으로 추진하겠다”며 힘을 실었습니다. 3월에는 민주당과 양대노총이 국회에서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를 열었고, 5월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상반기 중 처리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난 27일 환노위 야당 간사가 된 이수진(비례) 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정책위에서 이 법을 ‘중점 법안’으로 정했고, 좀 더 신경을 쓰기로 총의를 모았다”고 전했습니다.

3월 28일 국회에서 민주당과 양대노총 주최로 열린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영권 기자

3월 28일 국회에서 민주당과 양대노총 주최로 열린 '간접고용노동 중간착취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고영권 기자

⑨ 노란봉투법처럼 야당이 단독 상정하면 안 되나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은 지난해 11월 당시 환노위 고용노동법안소위 위원장이었던 김영진 민주당 의원 등 야당이 단독 상정했습니다. 국회법 상 여야 간사가 안건에 합의하지 못한 경우 법안소위 위원장이 안건으로 올릴 수도 있습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17대 국회(2004~2008년)에서 처음 발의된 노란봉투법과 올해 초부터 부각된 중간착취 방지법은 법안의 숙성 정도, 처리에 대한 요구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며 "정무적인 판단으로 위원장이 올릴 수는 있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지 않나 싶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후반기 고용노동법안소위 위원장을 여야 간사 중 누가 맡게 될지도 아직 미정입니다.


⑩ 11개월 안에 국회 통과가 가능할까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21대 국회는 내년 5월 29일까지인데, 국회 일정이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노란봉투법으로 여야 갈등이 심화되면 환노위 안건 상정 협의도 당분간 얼어붙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반기엔 국정감사를 하고, 그 후엔 내년 4월 10일 실시되는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준비 모드에 돌입합니다. 법안 심사는 뒤로 밀리기 쉽죠. 하지만 한 국회 관계자는 “임기 막바지에 법안이 후다닥 통과되는 경우도 많다”며 “아직은 통과를 가늠할 수 없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의원들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을 처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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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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