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찰, 차량 옆에 서서 가슴에 총구
"살해 의도 뚜렷"... 프랑스 전역서 시위
프랑스 파리 외곽 낭테르에서 교통 검문을 피해 도망치던 17세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소년을 추모하고 경찰을 규탄하는 폭력 시위가 프랑스 전역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경찰의 과잉 대응 정황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소년이 북아프리카 출신이고, 낭테르가 이민자가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는 점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교통법규 위반 소년 도망가자… 가슴에 총 쏜 경찰
프랑스 AFP통신과 르피가로 등을 종합하면, 프랑스 경찰 A(38)씨와 동료는 27일(현지시간) 낭테르에서 17세 소년 나엘이 몰던 노란색 승용차를 길가에 멈춰 세웠다. 교통 법규 위반 혐의였다. 나엘은 버스 차선에서 운전 중이었다. 2명이 더 타고 있었다.
A씨는 차량 옆에 바짝 붙어 섰고, 창문을 통해 나엘에 총을 겨눴다. 나엘이 갑자기 차량을 가속하자 방아쇠를 당겼다. '탕' 하는 총성이 났다. 나엘은 사망했고, 가슴에서 총상이 발견됐다. 나엘의 어머니는 "아들은 당일 아침 나에게 '사랑해'라고 했고, 나는 '조심해'라고 답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검찰은 A씨를 과실 치사 등 혐의로 수사 중이다.
"내 아이를 데려갔다" 엄마의 울분… 전역에 시위
낭테르에서는 즉각 시위가 열렸다. "A씨가 나엘 가슴에 총구를 겨눈 것 자체가 고의적으로 살해하려 했다는 증거"라는 목소리가 거리를 메웠다. '나엘을 위한 정의'(Justice for Nahel)이라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곳곳에 부착됐다.
A씨와 동료가 초기 진술에서 "승용차가 우리를 향해 돌진해서 총을 쐈다"고 주장했는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 퍼진 현장 영상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영상에서 경찰은 나엘이 차량을 출발시키기도 전에 "머리에 총알이 박힐 것"이라고 위협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설명할 수 없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시위는 파리 등 프랑스 전역으로 확산했다. 28일 낭테르와 파리 등에선 건물, 차량 등이 불길에 휩싸였다. 경찰서와 교도소 등에 대한 공격도 잇따랐다. 내무부는 이날 시위 진압을 위해 병력 2,000명을 투입했다. AFP에 따르면, 29일 오전 기준 150명의 시위대가 체포됐다.
분노는 더 커질 수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폭력성이 재조명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교통 검문을 받다 살해된 이는 13명으로, 역대 최고치다. 나엘은 올해 3번째 사망자다. 관련법상 경찰은 '자신 또는 타인의 생명, 안전이 위험할 때' 등 특정 조건하에서 총기를 사용할 수 있는데,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이민자 및 유색 인종에 대한 경찰 당국의 차별적 인식이 부각된 점도 시위 확대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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