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군 검사는 면담 강요 대상 될 수 없다"
'직무비밀 누설·명예훼손' 공동피고인 유죄
유족 "'전익수 방지법' 만들어 달라" 오열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군 검사를 상대로 자신과 관련한 수사 내용을 캐내려한 혐의로 기소된 전익수 전 공군 법무실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지만, 법 원칙상 처벌을 할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유족은 "'전익수 방지법'을 만들어 달라"며 오열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 정진아)는 2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면담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 전 실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전 전 실장은 2021년 7월 자신에게 기밀 정보를 전달한 군무원 양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이 중사 사망 사건 수사를 맡은 군 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수사 내용 등을 확인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재판부는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매우 부적절한 행위였음을 분명히 지적한다"면서도, 전 전 실장을 처벌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 전 실장에게 적용된 혐의는 '자기 또는 타인의 형사사건의 수사 등과 관련하여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위력을 행사했다는 건데, 군 검사는 법이 정한 위력 행사의 범행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이 규정은 증인이나 참고인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수사 또는 재판을 하는 사람에게도 이 조항이 적용된다면 처벌 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전 전 실장의 언행에 대해 "아무런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형사사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건 아니다"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어 "처벌의 필요성만으로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후퇴시킬 수는 없다"며 "(이번 판결로) 이와 유사한 행동이 다시 반복돼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고통을 인내하는 군 사법기관 등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건 아닌지 무거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유족 "전익수 방지법 만들어 달라"
유족은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 중사의 아버지는 선고 직후 취재진을 만나 "(국회가) 전익수 같은 피의자가 군 검사에게 위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처벌할 법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면서 "'전익수 방지법'을 만들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오열했다.
군인권센터 측은 "공군 수뇌부의 조직적 은폐에 대해 죄가 있다는 게 밝혀졌다"고 평가했다. 전 전 실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비위행위의 부적절성은 충분히 인정된 것"이라며 "전 전 실장의 징계취소 소송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 전 실장은 지난해 11월 이 중사 수사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이유로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당하자 불복 소송을 제기해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는 이날 전 전 실장에게 사건 관련자의 개인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양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이 중사에 대한 허위 사실을 언론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당시 공군본부 공보담당 정모 중령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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