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리콘밸리서 투자 성과 공유
LG CNS는 지난해 구독형 제조운영기술(OT) 보안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는 랜섬웨어 등 사이버공격을 막아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정보통신(IT) 기술로 사업체 운영을 돕는다. 보안 컨설팅을 비롯, 취약점 진단, 솔루션 구축, 실시간 모니터링 등 보안과 관련한 모든 과정을 관리해준다. 구독 기업 입장에선 수십억 원에 달하는 보안 시스템 구축 비용과 유지 보수비 대신 일정한 구독료만 내면 된다. LG CNS가 이 상품을 출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보안 솔루션 스타트업 투자였다. 2021년 미국 스타트업 클래로티와 국내 기업인 인터포레스트에 자금을 대며 보안 협업 생태계 구축에 눈을 뜬 것이다.
LG그룹이 지난 5년 동안 글로벌 스타트업에 4,000억 원을 투자하며 신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2018년 구광모 회장 체제 출범 이후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사활을 걸며 유망한 스타트업 육성에 집중해 온 것이다.
LG그룹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LG테크놀로지벤처스 주최로 26일(현지시간)부터 이틀 동안 제1회 'LG 오픈 이노베이션 서밋'을 열었다고 28일 밝혔다.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디스플레이 등 7개 계열사와 그룹 연구개발(R&D) 허브인 LG사이언스파크가 참여했다. 또 LG 측이 투자했거나 투자를 검토 중인 스타트업, 글로벌 벤처캐피털의 최고경영자(CEO) 등도 왔다.
LG 계열사들은 이날 그동안 진행한 벤처 투자의 방향과 전략을 알리고 실리콘밸리 벤처 생태계와 교류하며 성장 동력을 찾은 사례를 소개했다. LG화학·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은 별도 세션을 마련해 사업 전략 소개뿐만 아니라 구체적으로 배터리·클린테크·바이오·IT 부품 분야의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에 적극 투자한 노하우를 전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 후 스타트업 투자에 박차
이날 행사에선 특히 LG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은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미래 성장 동력이 될 만한 혁신 기술을 가졌다는 공통점이 눈길을 끌었다. 클래로티 외에도 LG디스플레이가 개발 중인 가상현실(VR) 모니터는 지난해 자금을 지원한 '브렐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했으며, '사우스 8 테크놀로지스'(2021년 투자)는 고성능 배터리용 액화가스 전해질 기술을 지녀 LG에너지솔루션과 손을 잡았다.
이런 유망 기업을 찾는 전초기지는 LG의 주요 5개 계열사가 4억2,500만 달러(약 5,556억 원)를 출자해 2018년 미국 실리콘밸리에 세운 LG테크놀로지벤처스가 맡았다. 모빌리티 공유 소프트웨어 플랫폼인 마키나락스에 처음 투자했고 불황 속에서도 계속 이어간 결과 60개 넘는 글로벌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에 약 4,000억 원을 지원했다.
LG가 스타트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특히 구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다. 29일로 취임 5주년을 맞는 구 회장은 LG전자에 근무하던 2007년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에서 1년 동안 일했을 정도로 벤처 생태계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는 "기존의 틀과 방식을 넘는 새로운 시도는 작지만 중요한 차이를 만들고 고객에게 감동을 준다"고 당부해온 것도 기존 사업만 고집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다는 철학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구 회장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하는 등 성장이 더딘 사업은 과감히 포기하고 전장사업, AI, 배터리 등 미래 사업을 적극 추진했다"며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스타트업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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