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욱 현 대표 대행 "왜 안 하려 하냐" 회유
'키맨' 신현옥 소환조사…윗선 수사 본격화
KT "정상적인 업무... 부당간섭 아냐" 해명
KT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박종욱 현 대표 대행이 (일감 몰아주기는) 구현모 전 대표와 이야기된 사안이라고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은 물량 특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신현옥 부사장(경영지원부문장)을 소환조사하며, 구 전 대표 등 KT 윗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는 최근 KT텔레캅 임원 A씨를 소환해 조사했다. 검찰은 A씨로부터 "2021년 초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현 대표 대행)이 '일감 몰아주기는 구현모 대표와 이야기가 된 건데 왜 안 하려고 하냐'고 말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구현모 전 대표의 임기는 2020년부터 올해 3월까지였다.
당시 A씨는 특정 하청업체에 시설관리 일감을 몰아주라는 신 부사장 지시에 불복, 본사 측에 이를 항의하려고 했다. 박 대행은 2020년 구현모 당시 대표 추천으로 사내이사직에 올랐으며, 사장 승진 이후 올해 3월부터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검찰은 앞서 일감 몰아주기 지시가 담긴 A씨와 신 부사장 사이 통화 녹취록도 확보했다. 제출된 서너 개의 녹취록에는 신 부사장이 "KDFS에 시설관리(FM) 업무 물량을 몰아주라"고 말한 지시가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A씨가 "내용을 문서화해 다시 지시해 달라"며 불응 의사를 밝히자 신 부사장은 "이 새X가" 등 폭언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사장이 A씨에게 연락해 녹취록 존재 유무와 내용에 대해 물은 정황도 검찰은 포착했다.
검찰은 이날 신 부사장을 소환, 이런 진술과 녹취록의 진위를 확인했다. 더불어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구체적 경위, 이 과정에서 구 전 대표 등 윗선 지시가 있었는지를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부사장은 구 전 대표 선임과 맞물려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남중수 전 대표(2005~2008년 재임)와도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 대행도 불러 신 부사장의 부당지시에 대한 계열사 측 보고를 무마했는지 여부와 그 배경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KT가 FM 업무를 재하청하는 과정에서 품질평가 기준을 특정업체에 유리하게 바꿔 특혜를 줬다고 의심한다. KT텔레캅은 KT에서 수주받은 시설관리 일감을 KDFS, KSmate, KFnS, KSNC 등 4개 하청업체에 맡긴 뒤 연말 품질평가를 통해 물량을 조정했다. 이 과정에서 물량 특혜를 본 KDFS와 KSmate의 대표는 모두 구 전 대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본보는 구 전 대표 개입 여부 등 관련 의혹을 KT에 물었으나, KT 측은 "세부 답변은 어렵다"고 답했다. 다만 "그룹사 FM 업무의 효율성과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탁자인 계열사(KT텔레캅)와 협의하는 건 위탁자로서의 정상적 업무의 일환"이라며 "계열사에 대한 부당한 간섭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포착한 황욱정 KDFS 대표의 수십억 원대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도 최근 재무담당 직원과 임원 등을 연일 소환조사 하는 등 자금 흐름을 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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