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 새만금 협약서 비공개 권유에
김제 "밀실 행정" VS 군산 "이기주의"
전북도, 이른 좌초 위기에 '전전긍긍'

전북 새만금 동서도로 위치도. 새만금 개발청 제공
전북 군산시와 김제시의 ‘새만금 관할권’ 분쟁이 점입가경이다. 전북도가 갈등 봉합을 위해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을 하나로 묶은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새만금지자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지만, 협약서 공개 여부를 두고 양쪽 지방의회까지 충돌하면서 출범도 전에 좌초 위기에 처했다.
김제시와 군산시는 새만금 바다를 메운 땅의 소유권을 주장하며 3년째 다투고 있다.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은 국제수변도시를 비롯해 중심시설이 대거 밀집된 노른자위 땅이다. 이곳을 행정구역으로 편입하면 인구 유입, 경제 활성화, 지방세수 증가 등을 기대할 수 있어 두 지자체는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현재 행정안전부 중앙분쟁조정위원회가 심의 중인데, 최근 전북도가 새만금지자체 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해묵은 갈등이 표면화했다.
2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앞서 19일 전북도가 새만금 권역 3개 시ㆍ군 부서장 간담회 자리에서 제시한 협약서가 발단이 됐다. 협약서엔 “(관할권은) 상호 입장과 노력을 이해하고 정부 결정을 존중하되, 합의된 의견이 도출될 경우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도는 협약서 내용을 각 시·군에 비공개로 해달라고 당부한 데 이어, 이튿날 김제시의회 의장을 찾아가 “새만금 관할권 문제보다 새만금지자체 출범을 우선 추진하자”고 설득했다.
하지만 김제시의회는 “관할권 정리가 우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22일에는 전북도를 규탄하는 ‘자치권 농단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들은 “전북도가 김제시의회나 시민들에게 협약서 내용을 알리지 말라고 하면서 공론화를 방해했다”며 “또 행정구역 결정은 보류하고 새만금지자체 설치를 추진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맹비난했다. 김제시는 나아가 전북도가 협약을 통해 새만금 땅을 군산시 관할로 결정하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을사늑약과 진배없는 협약서 강요”라는 힐난까지 나올 정도로 격앙된 상태다.
군산시의회도 가만있지 않았다. 군산시의회는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김제시의회가) 선 관할권 인정을 말하는데 이는 전북도를 분열시키고 동서도로와 군산 새만금 신항만을 빼앗으려는 명백한 도발행위”라고 맞받아쳤다.
지방의회끼리 대립이 격화하자 전북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초 이달 중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이 모두 동의하는 새만금지자체 협약서를 작성한 뒤 다음 달 각 시ㆍ군의회와 행안부 승인을 받아 10월 안에 새만금지자체를 정식 출범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첫발도 떼기 전에 갈등만 증폭하면서 수습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처음에 제시한 협약서는 내부 검토 수준의 초안이라 외부 비공개를 부탁한 것”이라며 “30일 3개 시·군 부서장 간담회를 다시 열어 해법을 모색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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