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두번째 원전설비 수출계약
한국이 원전 설계·구매·시공 전 과정 담당
한국수력원자력이 1억9,500만 유로(약 2,600억 원) 규모의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삼중수소제거설비(TRF) 건설 사업 계약을 따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에 이은 두 번째 원전 설비 수출 계약이자 단일 설비 기준 역대 최대 수출액이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과 루마니아 원자력공사(SNN) 코스민 기처 사장은 2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체르나보다 TRF 건설 계약을 맺었다.
이번 프로젝트는 SNN이 체르나보다 원전 중수로를 운전할 때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를 포집·저장할 수 있는 안전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TRF를 상용화해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캐나다 두 나라뿐으로 한수원은 중수로 방식 원전인 경북 월성 원전에서 이 설비를 가동 중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삼중수소는 격납고에 그대로 보관해도 되지만 TRF를 거치면 다른 방사성 폐기물의 양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며 "가공한 삼중수소는 야광 도료 등으로 쓰일 수 있어 재판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TRF를 거친 삼중수소는 1그램(g)당 약 3,500만 원에 거래된다.
"원전 단일 설비 역대 최대 규모 계약"
SNN은 2021년 6월 이 프로젝트 입찰을 공고한 뒤 한수원과 협상을 진행하다가 사업 자금 조달 문제로 취소했다. 한수원은 지난해 10월 사업 입찰에 다시 참여해 최종 계약에 성공했다. 그동안 정부는 고위급 외교 채널을 통해 한수원을 측면 지원했다. 지난해 12월 이창양 장관이 루마니아 에너지부 장관과 경제부 장관을 만나 한국의 원전 기술력을 설명했고 5월 한덕수 국무총리가 루마니아를 직접 가서 니콜라에-이오넬 치우커 총리에게 원전 설비 개선과 신규 원전 건설에 한국의 참여를 적극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원전 본시설을 제외한 관련 설비로는 역대 최대 수준이다. 계약액인 2,600억 원(약 1억9,500만 유로)은 지난해 한국의 대(對)루마니아 수출액(5억3,000만 달러)의 38% 수준이다. 사업 기간은 50개월로 다음 달부터 2027년 8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한수원은 설계와 기자재 공급, 시공 및 시운전 등을 맡는다. 황주호 사장은 "이번 계약은 원전 EPC(설계·구매·시공 전 과정을 담당하는 사업)를 유럽에서 최초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해 3조 원 규모의 이집트 엘다바 원전 수주에 이어 윤석열 정부 두 번째 원전 설비 수출 계약이 성사됨에 따라 '2030년까지 원전 수출 10기'라는 국정 목표 달성을 위한 강한 추진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자평했다. 체르나보다 원전의 계속 운전을 위한 주요 기기 교체 사업 등 2조5,000억 원 규모의 후속 수주에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했다고 보고 있다. 코스민 기처 SNN 사장 역시 "한국 기업은 기자재 기술 등에서 글로벌 수준이고 기간 내 완공 능력과 가격도 장점"이라며 "한수원이 신규 원전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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