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펜타닐 무단 처방한 의사 기소
복지부에 의사면허 취소 의뢰 통보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모습. 뉴스1
모르핀(아편이 주성분인 진통제)보다 효과가 최대 100배 강한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무분별하게 처방한 의사들이 형사처벌을 받고 의사 면허까지 잃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신준호 강력범죄수사부장)은 27일 마약류 중독자에게 펜타닐 패치를 무단 처방한 가정의학과 의사 신모(59)씨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의료용 마약을 불법 유통한 의사를 구속 기소한 첫 사례다. 같은 중독자에게 펜타닐 패치를 처방한 정형외과 의사 임모(42)씨는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의사 신씨는 2020년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중독자 김모(30)씨에게 304회에 걸쳐 고용량 펜타닐 패치 4,825장을 처방해 준 혐의를 받는다. 그는 김씨를 진찰도 하지 않고 "허리디스크 통증이 있다" "다른 병원에서 펜타닐 패치를 처방받아 왔다"는 말만 듣고 처방전을 내 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펜타닐 패치 4,826장은 1인 치사량(0.002g) 기준으로 4만538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양"이라고 설명했다.
의사 임씨 역시 중독자 김씨 말만 듣고 2021년 6월부터 11월까지 56회에 걸쳐 고용량 펜타닐 패치 686장을 처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두 의사의 면허가 취소될 수 있도록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 의뢰를 통보했다.
두 의사에게 펜타닐 패치를 상습 처방받은 김씨도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2020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신씨와 임씨의 병원을 비롯해 총 16개 병원을 쇼핑하듯 돌며 패치 7,655장을 처방받았다.
'좀비 마약'으로 불리기도 하는 펜타닐은 말기암 또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등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환자에게만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오피오이드(아편유사제)계 진통제다. 헤로인의 50배에 이르는 강력한 진정 작용을 통해 호흡 기능을 저하시키는데, 과다 복용 시 저산소증으로 사망하게 된다. 검찰 관계자는 "펜타닐은 반복 사용하면 신경계의 수용체 자체를 망가뜨린다"며 "투약을 중단하면 오히려 극심한 고통을 느끼고 끊는 게 매우 어렵게 된다"고 경고했다. 펜타닐 중독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된 미국에선 2021년 펜타닐 중독으로만 7만여 명이 숨졌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